“정부가 독재 저지르고 반대하면 처벌, 적반하장”
“절대 대통령 목적 아냐…자유민주주의 회복을”

1979년 10·26 사태로 체포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당시 군사법원에서 “1972년 10월 유신으로 자유민주주의가 말살됐다”며 “저는 독재를 타도하려고 혁명한 사람”이라고 진술한 육성 녹음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김 전 부장 유족들은 ‘내란 목적 살인’ 혐의를 적용해 6개월 만에 처형된 것이 부당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김 전 부장의 발언이 증거로 나온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가 17일 진행한 김 전 부장의 내란 목적 살인 등 재심 공판에서는 1979년 12월8일 군사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 녹음테이프가 재생됐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재심 공판에서 김 전 부장을 기소한 군검찰 전창렬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전씨는 “공소 사실을 단순 살인이냐, 내란 목적 살인이냐 어떻게 구성할지 굉장히 고민했는데, 사건 직후 혼란을 수습하러 김재규 본인이 대통령으로 나올 생각이었다는 얘기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재생된 테이프에서 흘러나온 김 전 부장의 이야기는 달랐다. 검찰이 “상황에 따라서는 ‘내가 대통령으로 출마할 수 있다’고 했죠”라고 묻자 김 전 부장은 “수차례 말씀드렸지만, 대통령 되는 게 절대 목적이 아니었다. 자유민주주의 회복이 목적이었다”고 했다. 김 전 부장은 “저는 독재를 타도하려고 혁명한 사람이다. 다시 독재할 이유가 없다”며 “혁명을 성공하게 되면 새로운 민주 정부를 수립해야 되는 게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동기에 대해서도 “1972년 10월 유신과 더불어 자유민주주의가 말살됐다”며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장은 “처음 유신 체제를 할 때 (박 전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효율적으로 하고, 경제를 고도 성장시키고 행정을 능률적으로 하기 위해 ‘한국식 민주주의’를 하는 것이라고 이유를 들었다”고 했다. 이어 “공산주의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철저한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민주주의 장점을 말살한 독재로 공산주의와 대결하면 이길 수가 없다”며 “우리와 대치하는 북괴는 바로 중공·소련과 붙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배후의 미국이 아니면 견제하는 세력이 전혀 없다”고 했다.
김 전 부장은 독재 탓에 한미 관계가 악화됐다며 “미국은 한국에게 민주주의 체제를 하라는 선의의 권고를 여러번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런 것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을 비교해봤다. 이승만이라는 분은 물러설 때 물러설 줄 알았는데 박 대통령의 성격은 절대로 물러설 줄 모른다”며 “국민과 정부 사이에서 반드시 큰 공방전이 벌어지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상할 것이 틀림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를 해야 할 나라가 독재를 하면서, 원천적으로 정부가 해서는 안 될 독재를 저질러놓고 독재체제를 반대하는 사람을 처벌하거나 완전히 적반하장격이 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부장 측 유족들을 대리하는 이상희 변호사는 “법정에서 이렇게 증언한 내용이 공판 조서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 살해 목적과 관련된 내용이 거의 삭제됐다”며 당시 재판 절차가 제대로 준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내년 1월28일로 잡았다. 이날 당시 군사법원 서기였던 김모씨를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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