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국제개발협력 '착한 원조'에서 'ESG 혁신성장 인큐베이터'로

2025-09-14

과거 국제개발협력은 음식과 의료, 교육을 제공하는 '착한 원조'의 성격이 강했다. 선의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극적인 사진을 활용한 홍보나 단기 성과 중심의 접근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한 반성을 기반으로, 국제개발협력은 현지 커뮤니티를 존중하고, 현지인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단순한 원조를 넘어 현지 주민을 지속가능한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성장시키는 인큐베이팅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국은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해, 유사한 길을 걸으려는 국가들의 기대와 요청을 받고 있고 외교부 산하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자·제조업, 정보통신(IT),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강점을 활용하면 개도국의 IT 인프라 구축, 친환경 생산·소비 촉진, 탄소배출 감축 등에서 혁신적인 개발협력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로 국내외 기업들은 단순 기부나 인력 동원 사회공헌에서 벗어나, 핵심 기술과 자원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협력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탄소배출권 사업과 연계한 혼합금융(Blended Finance)에 참여해 민간과 공공이 함께 리스크와 수익을 공유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내 기관이 추진하는 개발협력 사업은 지역사회 삶의 변화와 현지 역량 강화를 평가하도록 성과 분석의 틀이 전환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균형성과표(BSC)와 PDCA(Plan-Do-Check-Act) 사이클이다. BSC는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고객, 내부 프로세스, 학습과 성장 관점을 함께 고려한다. 예를 들어 IT·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라면 비용 절감이나 매출 증대(재무), 현지 주민들의 디지털 기술 습득(학습·성장), 서비스 만족도(고객), 운영 효율(프로세스)까지 종합적으로 성과를 분석할 수 있다. PDCA 사이클은 현지 수요와 글로벌 규제를 반영한 사업 기획(Plan),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표 기반 실행(Do), 해당 프로젝트의 재무적 성과와 더불어 지역경제·사회·환경 개선의 성과 측정(Check), 확장과 혁신(Act)의 과정을 통해 지속적 개선과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이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탄소감축·IT 인프라 협력 사업도 이 틀 안에서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IT와 AI는 현지 사회의 저탄소 전환, 순환경제, 재사용·재제조 체계 구축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가 된다. 더 나아가 기업 운영의 투명성, 합리적 의사결정, 주주가치 제고 등 ESG 경영을 현지 사회와 기업에 이식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국제개발협력 조직 및 예산 축소로 생긴 공백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채워가고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원조 수혜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은 인권·민주주의·환경보호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현지 주민들이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통해 자립과 성장을 이루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정학과 국제 경제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지금, 한국은 IT·제조·AI 역량에 ESG 방법론을 접목한 개발협력으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단순한 '착한 원조'를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혁신성장 인큐베이터로서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길이다.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yongjin.park@kispric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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