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 이후 K팝 굿즈를 중심으로 중고품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유통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중고품을 의제매입세액공제 특례 품목에 포함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3건이 발의됐다.
의제매입세액공제란 실제로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았더라도 납부한 것으로 간주해 일정액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는 농수축산물, 중고차, 재활용 자원 등 매입세액 입증이 어려운 일부 품목만 해당된다.
중고 거래의 경우 이미 부가세가 붙은 상품을 다시 거래할 때 또다시 과세되는 ‘이중 부담’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반 소비자에게서 매입한 중고품은 세금계산서를 받기 어려운데, 공제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어 사실상 부과세가 이중으로 부과되는 구조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와중에 최근 K팝 앨범, 포토카드, 전자기기, 의류 등 거래가 크게 늘면서 판매자와 플랫폼의 불만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중고 시장의 성장세는 국내 제도 개선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중고 시장 규모는 2019년 1300억 달러에서 2023년 2074억 달러로 커졌다. 2029년에는 29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리커머스 플랫폼은 세 부담 완화 정책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마진세와 의제매입제도를 적용해 세제를 합리화했으며, 호주·뉴질랜드·스위스는 중고품 전반에 공제를 허용한다. 미국은 민간 차원에서 매출세 폐지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은 제도적 제약으로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2023년 7월 번개장터가 출범시킨 해외 서비스 ‘글로벌 번장’은 1년 만에 거래액이 63%, 거래 건수가 46%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전체 거래 중 K팝 굿즈 비중은 70%에 달했다.
중고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중고 거래는 이제 ‘남는 물건을 파는 장터’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순환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콘텐츠 강국으로서의 경쟁력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