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증 유발하는 대표 원인

봄철 피부는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건조한 공기와 큰 일교차, 미세먼지 등 외부 자극에 맞서 피부 장벽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때 흔히 나타나는 게 가려움증(소양감)이다. 가려움증은 대부분 히스타민이라는 염증 매개물질 때문에 생긴다. 피부에서 지방 분비량이 줄고, 수분은 빠르게 증발하면서 가려움을 잘 느끼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가려움증을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의외의 병이 숨어 있는 경우도 적잖다. 환절기에 주의해야 할 피부 질환과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을 살피고 적절한 대처에 나서자.
아토피 피부염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중학교 때부터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습에 특히 신경 썼다. 피부 보습제가 가득하지만, 봄철엔 더 강력한 보습효과를 지닌 제품을 찾아 구매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유독 몸이 건조해지고 가려움증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봄철엔 시도 때도 없이 피부를 긁게 돼 상처가 생긴다”며 “극심한 가려움증을 때문에 일상생활이 괴롭다”고 토로했다.
아토피 피부염은 가려움증과 피부 건조증을 동반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피부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상태다. 주로 소아기에 발병하며, 국내에서만 약 100만 명이앓고 있을 만큼 흔하다. 이들이 느끼는 가려움증은 차원이 다르다. 온몸을 종일 긁어도 가려움이 해소되지 않는다. 피부를 계속 문질러 생긴 상처에 균이 침투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문제다.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김대현 교수는 “소아는 팔 안쪽이나 무릎 뒤처럼 신체가 접히는 부위에 병변이 잘 생기고, 성인이 돼서는 피부가 점점 두꺼워지는 태선화 증상이 심해진다”며 “특히 봄철 환절기에는 큰 일교차와 미세먼지 같은 대기 오염 물질에 피부 장벽이 손상되면서 아토피 피부염이 악화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아토피 피부염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다만 이것이 꾸준히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증상이 잘 조절되면 보습제 도포와 같은 기본적인 대처만으로도 관리가 가능하다. 질병관리청이 권고하는 ‘아토피 예방 관리수칙’에 따르면 보습제는 하루에 적어도 두 번 이상, 목욕 직후에 바르는 것이 도움된다. 간혹 수분을 빼앗길까 봐 매일 샤워하는 것을 기피하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올바르지 않은 행동이다. 잘 씻지 않으면 세균·바이러스가 침투해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미지근한 물로 10분 안에 씻고, 샤워 직후 3분 이내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면 괜찮다. 실내 습도도 중요하다. 가습기를 켜두거나 젖은 수건을 널어 놓으면 실내 공기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실내 습도는 40~50%가 적정하다. 김 교수는 “외부 자극으로 인해 피부 가려움증이 악화하더라도 일단 긁으면 안 된다”며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에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국소 스테로이드제나 국소 면역조절제를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광 두드러기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딸을 내보낸다’는 말이 있다. 봄볕이 가을볕보다 해롭다는 뜻인데, 실제로 그렇다. 봄철 자외선은 여름 못지않게 강하다. 봄의 일조량은 가을보다 1.5배 많고, 평균 일조시간도 여름보다 20% 정도 길다. 특히 겨우내 약한 자외선에 적응했던 피부가 봄철 강한 자외선에 더 큰 자극을 받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럴 때 흔히 발생하는 게 일광 두드러기(햇빛 알레르기)다. 햇빛에 민감하게 반응해 물리적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상태다. 피부가 햇빛에 노출되면 가렵거나 빨개지면서 좁쌀 크기의 발진과 물집 등이 나타난다. 증상은 통상 수시간 내에 완화된다. 심한 경우 스테로이드제와 경구 약제 복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일광 두드러기는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치료해도 자주 재발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다. 햇빛 노출을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태양광이 강한 시간대(오전 10시~오후 3시)엔 가급적 외출을 삼간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김혜성 교수는 “외출 시 UVA·UVB 두 가지 파장을 모두 막는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는 습관을 들이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이중 보호하는 게 이롭다”고 말했다. 자외선 차단제는 2~3시간마다 덧발라야 효과적이다.
기타 전신 질환
피부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가려움증이 지속하는 경우가 있다. 내과 질환이 원인일 때다. 가려움증으로 피부과를 찾는 환자의 약 20%가 내과 질환을 진단받는다. 김혜성 교수는 “6주 이상 이어지는 만성 가려움증은 피부 질환 외에도 전신 질환인 만성 콩팥(신장)병이나 간 질환, 당뇨병 등과 관련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을 땐 전신에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콩팥이 거르지 못해 쌓인 ‘요독(尿毒)’ 때문이다. 체내 독소인 요독은 피지선을 위축시켜 피부를 건조하게 하고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간 수치가 높은 만성 간 질환자도 패턴이 비슷하다. 간(肝)·담도에 이상이 생기면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못하고 정체돼 온몸이 가려울 수 있다. 피부 세포가 건조해져 가려움증을 잘 느끼게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간 질환이 가려움증의 원인일 경우 주로 황달과 손바닥 홍반을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원인 질환을 찾았다면 적절한 치료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만성 가려움증은 항히스타민제 효과가 제한적이다. 히스타민이 매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땐 면역조절제나 감각신경 조절제 등을 사용해 가려움증을 치료한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인 듀필루맙이나 오말리주맙, 야누스키나제 억제제 등 가려움증에 효과적인 신약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가려움증은 초기에 치료하면 예후가 좋기 때문에 피부과 전문의를 통해 증상에 따른 맞춤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