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현실로 반도체 공정을 배운다'
지난 4일 찾은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제2공학관 27동 2층 강의실. 이날 교육 현장에서는 2학기 과목 개설을 앞두고 수업을 지원할 조교 대상 대학원생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수업과는 사뭇 달랐다. 기존의 대학 교육은 일방향적인 이론 중심의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반도체 공정의 복잡한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학생들은 교재 속 2D 단면도를 보고 이해하는데 그쳤다.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장비를 갖추기 어려워,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교육이 제한됐다.
성균관대가 램리서치의 디지털 트윈 기술 기반 반도체 공정 모델링 소프트웨어 '세뮬레이터3D'를 도입하면서, 강의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가상의 반도체 팹 환경에서 반도체 각종 공정을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반도체 이론을 학습한 학생들은 세뮬레이터3D로 실습하면서 공정 이해도를 한층 높여갔다. 또 세뮬레이터3D로 진행한 과제를 제출하고, 공정 실패 원인에 대해 상호 토론하며 해결방안을 도출했다. 실시간 3D 그래픽으로 반도체 공정 변화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주효했다.
전민혁 성균관대 신소재공학과 대학원생은 “기존에는 완성된 소자만 볼 수 있어, 그 소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세뮬레이터3D는 소자가 아래에서 위로 쌓여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600개 이상의 전공정(FEOL)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또 특정 공정에서의 변화가 전후 공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며, 최종적으로 소자가 어떻게 변형되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공정설계(PI)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단위 공정 엔지니어로서 필수적인 기본 역량을 쌓게 된다.
김선국 성균관대 교수는 “반도체 공정의 기술 난도가 올라가면서 하나의 단위 공정 엔지니어더라도 전체 공정을 이해해야 담당 공정을 개선하고 전체적 수율을 높일 수 있다”며 “대학에서부터 이러한 교육이 이뤄져야 학교와 현장 간의 괴리를 줄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니 인터뷰]
“세미버스 솔루션을 통해 '반도체 교육의 민주화'를 이뤄내겠습니다.”
조셉 어빈 램리서치 세미버스 솔루션 프로덕트 매니징 디렉터 최근 전자신문과 만나 “세뮬레이터3D는 반도체 공정 설비 없이도 대학이 전체 공정의 흐름을 교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일한 솔루션”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세미버스는 반도체와 메타버스의 합성어로 반도체 산업의 복잡성과 혁신 가속 요구에 대응해 개발된 램리서치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이다. 램리서치는 고객사 인력뿐 아니라 대학에서의 인력양성을 위해 세뮬레이터3D와 같은 세미버스 솔루션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램리서치가 인도, 미국에 이어 반도체 인력 양성을 지원하기로 한 세 번째 국가다. 올해 성균관대와 진행하는 시범 사업에만 약 70억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했다.
어빈 디렉터는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업계 부족 인력은 1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회사의 가장 큰 연구개발(R&D) 거점이 위치한 국가로 이곳에서의 인력 양성은 램리서치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반적으로 반도체 기업에서 신입 사원을 채용하면 보통 2~3년 정도 적응기를 가지고 현장에 투입하는데, 세뮬레이터3D는 이러한 적응 시간도 절반 이하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중장기적 인력 양성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 어빈 디렉터는 “단일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반도체 인력 양성을 지속하긴 힘들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원=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