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은행권, 점포 축소 충분히 고민했는지 돌아봐야"

2024-11-26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점포 및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금융권이 소비자들의 금융서비스 접근권리 보장을 충분히 고민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26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권 공감의 장(場)'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비대면 거래가 일상이 된 가운데 비용절감이 기업경영의 중요한 화두로 부각됐다"라며 "금융권도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에 집중하며 물리적인 점포 등은 축소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고령자, 장애인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금융소비자의 금융거래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금융서비스 접근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금융산업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무"라고 말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김미영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6개 금융협회장 ▲각 업권 금융사 소비자보호담당 임원 ▲소비자단체 ▲장애인단체 등 총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금융의 디지털화와 점포축소 등 금융환경 변화 과정에서 금융감독원과 금융업계가 금융소비자의 접근성 제고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금융소비자들은 금융거래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겪는 다양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정보기술이 발달할수록 '포용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기술진보 과정에서 취약계층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인공지능(AI)이나 챗봇을 통한 고객상담이 늘어나고 있는데, 기술의 발달이 소비자, 특히 디지털 역량이 낮은 고령층의 선택권을 침해해서는 안되며 사람을 상대할 권리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장애인은 하나의 집단으로 분류되기 어렵고 장애유형별로 다양한 특성을 가지므로, 장애인 응대 시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 개별적·구체적인 접근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6개 금융협회장들은 소비자의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해 관행 개선 및 인프라 확충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점포 축소에 따른 불편 최소화를 위해 창구제휴, 공동ATM등의 대체수단을 적극 강구하고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보조수단 운영과 고령자 교육확대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MTS 사용을 어려워하는 고령자를 위한 모바일앱 간편모드 제공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투자자교육협의회의 다양한 금융교육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한 금융생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취약계층의 접근성 저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고객 이탈에 따른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소비자 접근성 제고와 금융사 경쟁력 강화라는 목적을 함께 달성하기 위해 당국과 업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고령자 콜센터 대리안내 제도 마련 등 접근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이행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당국과 함께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수어·채팅 상담 ▲시각장애인 전용 카드발급센터 운영 ▲점자 상품안내장 제공 등의 노력과 함께 간편모드를 연말까지 출시하는 등 향후 소비자의 애로·건의사항을 적극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모바일앱 간편모드 도입, 영업점에 고령층과 장애인을 위한 전담창구 마련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향후 소비자가 저축은행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보이스피싱 예방‧금융교육에 힘써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접근성 관련 주요 이슈인 ▲은행 점포폐쇄 추세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장애인의 금융거래 애로 등에 관해 그간의 경과를 소개하고 향후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은행 점포는 5690개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수도권 708개, 비수도권 481개 등 총 1189개 점포가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대 시중은행이 전체 폐쇄 점포의 69%를 차지했다. 점포폐쇄 비율은 ▲KB국민은행(-26.3%) ▲우리은행(-24.0%) ▲신한은행(-22.9%) ▲하나은행(-18.8%) 순으로 나타났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금융의 디지털화, 비대면 거래 증가 등으로 오프라인 영업점 축소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은행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2.7개로 OECD 국가 평균인 15.5개를 소폭 하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금감원은 연내 은행권과 TF를 구성해 금융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금융접근성 제고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추진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동점포 등 점포 대체수단 설치 협의절차, 비용 분담원칙 등에 관한 은행권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며 "AI 점포 등 은행권의 점포 운영전략 다변화를 위해 필요한 규제 샌드박스 등 제도적 지원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전업권에 걸쳐 비대면·모바일 금융거래가 확대되는 가운데 고령자의 모바일 거래 편의성 제고 및 디지털 교육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금융사 고객센터 운영 효율화 등을 위한 AI 상담서비스 도입 확산 과정에서 고령소비자가 느끼는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겪는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디지털 금융교육을 통해 소비자의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장애인의 금융거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그 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편 또는 차별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사의 장애인 응대매뉴얼 정비 및 장애유형별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장애인의 금융거래 지원제도의 실효성 제고는 물론, 금융사의 장애인 응대 매뉴얼 일괄 점검·정비에 나선다. 또한 시각·청각·발달장애 등 장애 유형별로 금융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김 처장은 "전 금융권이 고령자·장애인 등을 포함한 소비자의 금융접근성 제고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향후 금감원이 추진할 금융접근성 제고 사업을 금융권 공동의 당면과제로 인식하고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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