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동아시아에서 쌀은 단순한 주식을 넘어 생존과 문화의 근간으로 자리해 왔다. 그런데 지난 7월 23일,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일본은 미국에 대해 15%의 상호 관세를 지불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 기타 농산물을 포함한 무역에 대해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미국의 농산물, 특히 쌀 수출 확대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쌀 개방 압력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 대만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향후의 통상 협상에서 쌀 시장 개방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자국산 쌀을 보호해온 동아시아 국가들은 자유무역 확대와 함께 관세 장벽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곧 쌀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농가 소득 감소, 청년층의 농업 이탈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쌀의 다원적 기능을 지키면서 산업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그 핵심 중 하나가 바로 ‘떡’이다. 떡은 쌀을 기반으로 한 전통 식품으로, 문화적 상징성과 더불어 가공 및 수출이 가능한 산업 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한국의 떡은 애경사에 먹는 음식에서 이제는 연중 소비되는 간편식이자 건강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냉동 및 진공 포장 기술의 발달로 보존성과 유통성이 향상되었고, 1인 가구나 도시 거주자 중심의 소비 패턴에 맞춘 소포장 제품들이 확대되었다. 잡곡, 약재, 한방 재료 등을 활용한 건강 떡, 카페형 떡 디저트 등은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떡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떡제조기능사 자격 제도와 같은 인력 양성 체계도 마련되어 있어 전통 기술의 전승과 산업화가 병행되고 있다.
일본의 ‘카가미모치(鏡餅)’, 중국 남부의 ‘니엔까오(年糕)’, 대만의 쑥떡과 찹쌀떡 등도 각각의 문화 속에서 고유한 위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떡들은 각국의 식품 산업에서 가공 상품으로 재해석되어 소비자층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대형 식품기업의 대량생산 체계와 지역 전통 브랜드가 공존하며 설(춘절) 시즌을 중심으로 포장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떡 산업의 다양화와 고급화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쌀 소비를 늘리고 쌀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쌀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을 통해 국내 소비를 유도하고, 동시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떡은 ‘글루텐 프리’, ‘저지방’, ‘천연 재료’ 등 건강식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영광 모시떡, 대만의 쑥떡(草餅), 일본의 비건 화과자 등은 관광 상품으로도 활용되며 수출 품목으로 성장하고 있다.
쌀 개방을 피할 수 없다면, 쌀 가공 산업을 통해 쌀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단순한 원곡 판매가 아닌, 떡이라는 문화 기반의 가공 상품으로 전환함으로써 수입 쌀과 차별화된 소비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쌀 소비의 고부가가치화는 곧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며, 이는 동아시아 농촌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동아시아의 떡 문화는 오랜 농경사회로부터 축적된 쌀 활용의 정수이자 미래 농업을 지키기 위한 전략 자산이다. 전통과 혁신을 접목한 떡 산업은 쌀 개방 압력 속에서도 쌀 소비를 확대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이제는 한국의 쌀을 지키기 위해 떡을 세계인의 기호에 맞게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내보내야 할 때다.
참고 문헌
허북구. 2025. 세계화, 왜 빵은 되고 우리 떡은 안 될까?.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5.5.14.)
허북구. 2025. 전남 전통 떡, 수출 산업으로 키우자.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5.5.15.)
허북구. 2025. 떡의 세계화 통해 쌀소비 확대 가능한가?.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5.5.12.)
우리쌀 기반 떡국의 세계화.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