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오타니 님을 화나게?" 日 방송사 문 닫게 생겼다...사장 회장 줄사퇴, 광고주 70~80개 철수

2025-01-29

[OSEN=백종인 객원기자] 최근 몇 주 동안 일본이 무척 시끄럽다. 한 방송사에서 벌어진 추문 탓이다.

출연 섭외를 위해 여자 아나운서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동원됐고, 이를 수습하고 해명하는 과정도 문제가 많았다. 비판 여론이 들끓고, 방송사의 사장과 회장이 연달아 사퇴했다. 그러나 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악화 일로는 치닫고 있다. 이제는 존폐가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민영 방송인 후지 TV(후지테레비ㆍフジテレビ)에서 벌어지는 사태다.

트리거(방아쇠)가 된 사건은 앞서 언급한 스캔들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반감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은 그 이전이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30ㆍLA 다저스)가 연관된 일이다.

후지 TV는 지난해 오타니의 LA 신혼집에 대한 과잉 취재로 물의를 빚었다. 다저스로 이적한 뒤 새로 구입한 저택인데, 드론까지 동원해 공중 촬영하면서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게다가 인근 주민들에게도 불쑥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 불쾌함을 유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로 인해 사생활 침해와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다저스 구단과 오타니 본인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고, 한때 방송사에 대한 취재 패스가 몰수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후 후지 TV는 방송 진행자가 1차적으로 사과했고, 여론이 진정되지 않자 사장까지 나서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러나 오타니의 분노는 잦아들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인터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몹시 성난 표정으로 거부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이곳이 후지 TV였다는 후문이 파다했다.

이 방송사는 이미 2월 스프링캠프 기간에도 문제가 있었다. 훈련장에 출근하는 오타니의 차량 내부까지 샅샅이 화면에 노출시키고, 방송 관계자의 SNS에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다저스가 클럽하우스 출입을 한동안 제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국민들의 여론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그들에게 오타니는 ‘영웅’이나 ‘스타’ 이상의 존재임은 물론이다. 이렇게 비호감 마일리지가 심각하게 적립된 상태에서, 이번 성추문으로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스캔들이 처음 알려진 것은 작년 12월이다. SMAP 출신의 방송인 나카이 마사히로를 섭외하기 위해 방송사 직원인 여성 아나운서를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원치 않는 신체접촉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성접대 혹은 성폭행으로 간주될 일이다. 게다가 이를 회사 간부가 사주했거나, 최소한 알면서도 방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대처 과정도 비판이 쏟아진다.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특정 매체만을 선별해 출입시켰다. 또 그 마저도 동영상 촬영 금지, 스틸 사진은 10분 이내 등의 단서 조항을 걸었다. 내용도 사과인지, 변명인지 모를 어정쩡한 스탠스로 일관했다.

그러자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주요 광고주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도요타자동차, 일본생명보험, 맥도널드, 세븐일레븐 등이 CM 송출을 막았다. 그 외에도 70~80개의 광고가 중지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 중간을 공익광고로 메우는 전례 없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지난 28일 가노 슈지 회장과 미나토 고이치 사장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하는 뜻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라고 발표했다.

1959년 개국한 후지 TV는 일본의 대표적인 민영 방송이다. 예능과 드라마,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내며, 시청률의 제왕으로 불렸다. 특히 월요일 밤 9시에 방영되는 연속극은 ‘게츠쿠(月9)’라고 불리며, 안방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함께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2015년 이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스포츠 쪽 콘텐츠에도 심혈을 기울이지만, 지나친 예능적 접근으로 자주 문제를 일으킨다. 오타니 사태가 그 단적인 예다.

작년 월드시리즈 때도 거액(회당 추정액 20억~30억 원)을 들여 중계권을 따냈고, 시청률도 최고 13%까지 올려 외면적인 성과는 얻었다. 하지만, 막판 오타니의 화난 표정이 팬들에게 전달되면서 채널 이미지에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후지TV는 또 일본시간으로 새벽 또는 아침 시간에 벌어진 월드시리즈를 저녁 시간대에 재방송, 또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으로 편성해 야구계의 지탄을 받았다. 그 무렵이 일본시리즈(소프트뱅크-요코하마 DeNA)의 경기 시간이기 때문이다.

일본야구기구(NPB)가 강하게 항의했고, 취재 패스를 몰수하기도 했다. 아울러 NPB가 주최하는 연말 시상식, 트라이아웃, 스프링캠프 같은 주요 이벤트에 출입을 금지시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참고로 후지 TV는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 그룹 중 하나다. 그런데 요미우리 자이언츠나 한신 타이거스 등의 인기 팀과의 대진 외에는 중계 방송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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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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