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는 게 제일 재미있다. 이기려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든 과정도 즐겁다.”
여자 골프의 ‘지존’ 신지애가 프로 20번째 시즌을 보내고도 변함 없는 승부욕을 자랑했다. 자신과 같은 1988년생인 박인비, 이보미, 김하늘, 김인경 등이 대부분 은퇴하거나 대회 출전을 하지 않고 있지만 신지애는 “아직 은퇴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신지애는 10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의류 후원사 매드캐토스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취재진을 만나 한 해를 보낸 소회와 새해 각오 등을 밝혔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주 무대로 삼는 신지애는 올해 3월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준우승하며 JLPGA 투어 통산 상금 1위에 올랐고, 5월엔 메이저 대회 살롱파스컵을 제패해 JLPGA 투어 통산 29승, 프로 통산 66승째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신지애는 “1승을 일찍 이룬 덕분에 편하게 갈 수도 있었는데 힘든 한 해였다. 여름에는 내내 힘들어서 어두운 터널 안에 갇힌 느낌이었다”고 한 해를 돌아봤다. 그는 “동계 훈련부터 살롱파스컵 하나만 바라보며 준비했는데, 준비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니 자만심이 생긴 것 같다. 과정을 놓치고 결과만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컸던 만큼 새로운 다짐도 생겼다고 했다. 신지애는 “올해는 ‘나에게 졌다’는 느낌이 들어 속상한데, 내년은 저 스스로를 이길 수 있는 한해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JLPGA 투어 영구 시드 조건인 30승에 1승만을 남겨 둔 신지애는 내년 목표로는 우선 ‘1승’을 꼽았다. 그는 “많은 분이 기대하시는만큼 꼭 이루고 싶은데, 부담감을 떨어뜨리면 좀 더 편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1승을 빨리하고 더 많은 우승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내년 1월 4일쯤 호주 멜버른으로 떠나 2월 중순 설연휴 직후까지 전지훈련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지애는 “멜버른은 해가 길어서 그 무렵 오후 9시까지도 연습할 수 있다”며 “훈련은 보통 오전 6시에 시작해 오후 9시까지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지훈련은 오롯이 나 자신에 대해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그래서 전지훈련을 좋아한다”고 했다.
요즘 집중하고 있는 연습은 100야드 이내 샷이라고 소개했다. 지난주에도 1주일 동안 100야드 이내 샷을 1000번 가량 했다고 한다.
매년 ‘골프에 미치자’고 다짐한다는 신지애는 은퇴 생각은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은퇴하는 친구들이 늘면서 나도 은퇴에 대한 그림이 좀 생길 줄 알았는데, 아직은 전혀 안 생긴다”고 했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했는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기는 게 제일 재미있다. 이기려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든 과정도 즐겁다”면서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이기는 것이 주는 즐거움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황유민·이동은 등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하는 후배들에게는 “초반에는 정신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시즌 중반을 넘어가면서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면서 “마음의 안정을 주는 장소나 무엇인가를 빨리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