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돼지 폐, 뇌사자에 첫 이식... “9일간 기능 유지해”

2025-08-26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의 폐를 처음으로 뇌사자에 이식해 9일 동안 기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간 심장, 신장, 간 등에만 사용됐던 이종 간 이식을 폐까지 확대할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26일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따르면 중국 광저우의대 부속 제1병원 허젠싱 박사가 이끄는 중국·한국·일본·미국 공동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로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의 왼쪽 폐를 뇌사자(39)에게 이식한 결과 9일간 기능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 한국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전경만 교수도 참여했다.

그간 사람에게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의 장기를 이용한 이식 수술은 신장, 심장, 간 등 장기 치료 임상 실험에 사용됐으며, 일부는 실제 살아있는 환자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폐 이식은 해부학적, 생리학적 복잡성 때문에 이종 간 장기 이식을 시도하기 어려운 분야로 여겨졌다.

영국 뉴캐슬 대학교 호흡기 이식 의학과의 앤드류 피셔 교수는 가디언에 “숨쉬는 모든 순간이 외부 환경을 몸 안으로 끌어들이는 활동이다. 이는 폐가 오염, 감염 및 기타 원인으로부터 공격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하는지를 뜻한다”면서 “따라서 폐의 면역 체계는 매우 민감하고 활동적이다. 장기 이식 수술을 할 때의 활동은 또다른 어려움을 더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6가지 유전자 변형을 거진 중국 바마샹 기증 돼지의 왼쪽 폐를 사용해 39세 남성 뇌사자의 폐에 이식을 시도했다. 그 결과 폐는 216시간, 9일 간 생존하면서 기능을 유지했다. 동시에 수혜자 신체에 빠르고 격렬한 면역 반응인 초급성 거부 반응을 유발하지도 않았으며, 감염 징후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식 24시간 후 폐에 체액이 축적되고 손상된 징후가 나타났다. 이식 과정에서 생긴 염증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피터 프렌드 교수는 “뇌사 자체가 급성 염증 상태를 유발하기 때문에 결과가 복잡하다. 일부 결과는 뇌사 상태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수술 3일째와 6일째에는 환자의 항체가 돼지 폐를 공격하는 면역반응이 나타났다. 9일째에는 손상이 일부 회복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피셔 교수는 “인간 수혜자에게 남아있는 하나의 폐가 이식된 돼지의 폐를 보상했을 것이기 때문에 손상 정도가 과소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이종간 이식 수술을 폐 분야에도 적용할 가능성을 보여준 첫 사례이지만,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동물실험과 사전 연구가 부족하다.

연구팀은 “면역억제 요법을 최적화하고, 유전자 변형을 개선하고, 폐 보존 전략을 강화, 급성기를 넘어 장기 이식 기능을 평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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