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에 대한 국민 기대 수준 못미쳐…반드시 극복하겠다"

2024-11-25

검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이재용에 징역 5년·벌금 5억 구형

"합병으로 주주 피해 입힌다는 생각 전혀 없었다"

"삼성에 보내준 비판과 격려 잘 알아…새 각오 다져"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최후 진술에서 삼성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승계 위한 자본 시장 근간 훼손, 사익 위한 권한 남용 등을 주장하며 이재용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마찬가지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 벌금 1억원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오후 7시 30분께 가진 최후 진술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그는 "1심 판결을 선고 받을 때가 떠올랐다. 3년이 넘는 오랜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안도감 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삼성과 저에게 보내주신 애정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 각오도 마음속 깊이 다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내는 물론 전세계 곳곳 여러 사업가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고 국내외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여러 임직원들과 소통하며 삼성의 미래를 고민했다. 그리고 올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다시 이자리에 섰다. 그간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제 자신과 회사를 되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던 귀한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유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여 많은 시간을 자책했다. 저는 회사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당부할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왔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주주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를 속이거나 하는 것은 결단코 없었다.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 저의 부족함과 불찰"이라며 "재판부가 보시기에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온전히 제가 감당할 몫"이라고 언급했다.

또 삼성을 이끌어온 전직 임원들도 거론하며 "평생 회사가 하는 일에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누군가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하고, 누군가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한다. 유관 언론도 삼성은 이겨낼 것이라고 한다. 많은 분들의 걱정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처럼 자신 앞에 놓인 과제가 상당한 만큼 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는 "지금의 현실은 그 어느 때 보다 녹록치 않다.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한 발 더 나아가겠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이날 검찰 구형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가운데 결심공판을 지켜봤다.

삼성은 그간 검찰의 주장에 대해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었다고 반박해온터라 이번 구형량에 대해 내부적으로 면밀히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졌으며, 삼성물산이 당시 3조원이 넘는 부실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합병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삼성은 주장해왔다. 승계와 연관된 내용도 없다고 강조했다.

2심 선고는 내년 초 나올 예정이다. 양측 변론이 마무리되면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정해 통지한다. 그간 항소심 재판부는 내년 2월 법관 인사 전 선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의 향후 경영 행보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계는 2심에서도 검찰이 예상을 넘어서는 중형을 구형했지만, 1심 선고에서 19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 받은만큼 같은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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