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결과는 내년 2월 3일 나올 예정이다.
검찰은 25일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합병 당시 주주 반발로 합병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합병 찬성이 곧 국익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을 기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앞으로 재벌기업 구조 개편과 회계처리 방향에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최후변론에서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주주들께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회장은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고, 이 사건 합병도 마찬가지다”며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치 않다”며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기소된 지 3년5개월 만인 지난 2월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와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선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분식회계를 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이 삼성바이오 관련 분식회계를 사실상 인정한 판결을 내놓으면서다. 서울행정법원은 2012~2014년의 회계처리는 회계규칙 위반이 아니지만, 2015년부터의 회계처리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것으로 보여 비정상적 요소가 있었다고 봤다. 이후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범죄 혐의를 추가해 예비적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2심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삼성 측은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가 자본잠식 회피로 인한 고의 분식회계라는 검사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항소심에서 1심에서 내지 않았던 추가 증거 2144개를 제출하며 위법수집 증거라는 이 회장 측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검찰은 최후변론에서 “압수된 정보 저장 매체 전부가 은닉 대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설령 절차에서 일부 위법 절차가 있었더라도 실체적 정의 구현을 위한 것이므로 위법한 증거 수집이 아니었다”고 했다. 검찰은 또 이 회장 등이 2014~2015년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마련한 ‘프로젝트G’ 문건에 따라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이라는 점을 감추기 위해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을 주요하게 다퉜다. 이 회장 측은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에 대한 선고는 내년 2월3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