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빠진 협의체 출범엔 의료계도 고심
벌써부터 의협 비대위 수장 ‘하마평’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8개월 넘게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의 휴학을 최근 허용하기로 한 가운데 다음주 후반에 열리는 의대생 전체 총회에서 내년 3월 복귀 여부 등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의료계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임현택 회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와 별도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추진되는데 벌써부터 여러 인사가 비대위 수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회장 불신임안이 부결되더라도 ‘식물 회장’으로 남게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이 주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야당이 빠진 여·의·정 협의체로 출범하는 데 대해 의료계는 아쉬워하면서도 정부 주도의 의료정책을 막아내기 위해 정치권 도움이 절실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15일 오전 10시30분 확대전체학생대표자 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하고 전공의·의대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올해 2월 이후 의대협이 확대전체학생대표자 총회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확대전체학생대표자 총회는 각 의대 학생회장만 모이는 대의원 총회와 달리 학년별 대표까지 참석하는 회의로, 40개 대학의 학생회장과 학년대표 6명 등 7명씩 참석하면 280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확대 총회의 최대 안건은 2025학년에도 휴학을 이어갈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의대협 관계자는 “전체 총회에선 2025학년도 방향성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면서도 “안건까지 공개할지는 미정”이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 의대생이 군입대를 결정한만큼 내년에도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에게 받은 ‘전국 국·사립 의대 군 휴학 허가 인원’ 자료에 따르면 9월23일 기준 37개 의대에서 1059명이 군 휴학 허가를 받았다. 군 휴학 의대생은 2021년 116명, 2022년 138명, 지난해 162명이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도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년에 의대생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는 취지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인터뷰 기사를 언급하고는 “결국 학생들이 결정할 일이지만, 저는 내년에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각 대학은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함을 시인하고 지금이라도 학교별 모집 중단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일 임 회장의 불신임과 비대위 구성 안건이 의협 대의원회에서 투표에 부쳐지는 가운데 불신임 투표 결과와 별개로 비대위 체제의 수장으로 벌써부터 전 의협 간부와 서울·수도권 의사회장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임 회장이 회원들에게 사과문을 보내고 문제가 많았던 SNS 계정까지 폐쇄했지만 투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만약 이번에 탄핵되지 않더라도 비대위가 꾸려지면 ‘식물 회장’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주도해 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야당이 빠지더라도 11일 여·의·정 협의체로 출범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의료계에선 ‘전공의·의대생이 없는 협의체에서 야당까지 빠지면 어떤 협의가 이뤄져도 지지받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이미 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빠져서 협의체 출범 전부터 동력이 약해지는 것은 문제”라면서도 “정부가 의료 정책들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 도움이라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재영·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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