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다 먹은 과자 봉지를 손에 쥐고 있던 한 학생이 AI 오작동으로 인해 총기범으로 오해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계열사인 WBAL 등에 따르면 소동은 지난 20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카운티의 켄우드 공립 고등학교에서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총기 난사 사건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일부 학교는 인공지능(AI) 감시 카메라가 자동으로 총기를 감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보안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켄우드 고등학교 역시 2023년부터 AI 감시 카메라를 도입했는데 이날 갑자기 총기가 확인됐다는 알림이 울리면서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재학생인 타키 앨런(16)을 에워쌌다. 고등학교 미식축구 선수인 앨런이 훈련을 마치고 과자 한 봉지를 먹은 뒤 친구들과 대화하고 있을 때였다.
영문을 알 수 없지만 경찰이 겨눈 총에 당황한 앨런은 경찰의 지시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앨런은 “경찰차가 8대 정도가 나타났다. 다들 내게 총을 겨누고 바닥에 무릎을 꿇게 하더니, 손을 등 뒤로 가져가 수갑을 채웠다”고 회상했다.
일부 경찰은 앨런의 몸과 가방을 샅샅이 수색했고, 또 다른 경찰은 앨런과 대화하던 친구들의 몸까지 수색했다.
별다른 물건이 나오지 않자 경찰은 앨런에게 총을 소지하고 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당시 경찰 보디캠에는 질문을 받고 당황한 앨런이 “뭐라고요?”하고 되묻는 모습이 녹화됐다.
경찰은 그제서야 카메라에 '총기'로 인식된 문제의 사진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총기 대신 접힌 과자 봉지를 들고 있는 앨런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근처 쓰레기통을 수색하자 앨런이 버린 빈 과자 봉지가 나왔다.
앨런은 “경찰이 문제의 사진을 보여줬다. 나는 그냥 도리토스 봉지를 들고 있는데, 과자를 먹는 방식 때문에 총으로 인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억울하게 총격범으로 몰려 몸수색을 당한 앨런은 소동 이후 감시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는 과자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WBAL에 “(경찰이 총을 겨눴을 때) 죽을까 봐 무서웠다”면서 “밖에 나가는 것이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봉지과자를 먹거나 마시는 건 더더욱 그렇다. 그냥 차가 올 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이트 스미스 교장은 사건 발생 3일 후에야 학생을 찾았다고 한다. 앨런은 “상황이 끝난 후나, 적어도 다음날 교직원들이 저를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3일쯤 지나니까 제가 아니라 그냥 경찰을 신경 쓴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스미스 교장은 성명을 통해 “수색을 당한 학생과 이를 목격한 학생들이 얼마나 당황했을 지 잘 알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고 사과하면서도 “학교 경비팀은 총기 감지 경보를 검토하고 무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경보를 해제했다”고 해명했다.
보안 시스템 업체인 옴닐러트와 미리엄 로저스 교육감도 이번 소동으로 불안과 공포를 느꼈을 학생에게 사과했지만 보안 시스템과 신고 후 처리 방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