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LS(006260)그룹이 받을 낙수효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출범 직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설립에 720조 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닻을 올리며 전기를 운반하고 알맞게 공급해주는 송배전 제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인데요. LS그룹은 변압기와 전선, 배전반 설비 등 전력 관련 사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AI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전력기기가 가장 핫한 섹터로 등극한 가운데 올해도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지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어떤 정책이 문제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 3개 기업의 AI 합작사 ‘스타게이트’ 설립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들 기업이 미국에 향후 4년간 최소 5000억 달러를 투자해 AI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면 미 정부가 공장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인데요. 한 마디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요금과 매끄러운 전기 인프라’를 구축해 AI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AI 데이터센터는 천문학적인 전력량을 요구하는 만큼 새로운 송전망과 전력설비 확충이 필수입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서비스는 기존 인터넷 서비스보다 전력을 10배 이상 더 잡아먹기 때문이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2022년 460TWh(테라와트시)에서 2026년 1050TWh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일본의 연간 전력 수요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러한 전망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발표 이전에 책정된 것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전 세계의 전력 필요량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SWOT 분석: ①LS그룹의 강점은 뭐야?
LS그룹의 가장 큰 강점은 계열사별로 전력 제공과 관련된 종합적인 솔루션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LS전선은 전력을 바다 건너 타지로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해저케이블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LS일렉트릭은 전력을 기기에 알맞게 변환해주는 변압기와 전기의 배분과 개폐·계량 역할을 담당하는 시스템인 배전반 설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전력 계통을 컨트롤한다는 점에서 전류의 흐름을 관장하는 ‘심장’ 역할을 수행하는 설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빅테크들의 AI 설비투자 증가→미국의 전력 수요 증가→전력 유틸리티 설비투자 증가→전선∙배전반∙전력기기 등 그룹 주력 제품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인 셈입니다.
부품과 소재 면에서도 관련 포트폴리오가 눈에 띕니다. LS전선의 자회사인 LS머트리얼즈(417200)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인 UC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부품은 기존 리튬이온배터리(LIB) 대비 충·방전 속도가 20배 이상 빠르고 수명이 1000배 이상 길어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전력 부하 변동에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다른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060370)은 해저 광케이블 유지보수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해저케이블 전방산업이 활성화될수록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SWOT 분석: ②LS그룹의 약점은 뭐야?
LS그룹의 약점은 늘어나는 광범위한 수요에 대비해 생산능력(CAPA)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에 주로 들어가는 초고압 전력기기의 경우 시장 진입은 했지만 국내 경쟁사인 HD현대일렉트릭 등과 비교하면 생산능력과 판매량이 적다보니 아무래도 수혜 강도가 낮은 편입니다. 참고로 전력기기 제품은 전압 수준에 따라 중저압과 초고압으로 나뉩니다.
이는 과거 전두환 정권 시기 중화학 산업에 대한 투자조정 정책 영향입니다. 그 당시 현대그룹에서 영위하던 전력기기 사업에서 초고압변전기는 효성으로 넘어갔고, LS일렉트릭(당시 LS산전)이 소형변압기 사업을 가져갔습니다. 상대적으로 초고압변전기 시장에 LS일렉트릭의 진입 시점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죠.
이에 LS일렉트릭은 지난해 초고압 변압기 생산시설 증설에 1600억 원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1008억 원을 들여 부산사업장 내 유휴부지에 공장을 신축하고 국내 중소기업 KOC전기를 592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이를 통해 초고압 전력기기의 생산량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SWOT 분석: ③LS그룹의 기회는 뭐야?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을 상대로 선포한 ‘관세 전쟁’이 LS그룹에겐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 "전 세계 기업들에 대한 내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며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어라. 그러면 우리는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낮은 세금을 적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면 그건 여러분의 권리이지만 여러분은 매우 간단하게 다양한 금액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LS그룹은 코로나19 이후 국내 대기업들이 새로 짓는 미국 공장 수주를 받아가며 북미 지역에서 사세를 키워왔는데요. 삼성전자가 테네시주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이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현지에 짓고 있는 배터리 합작공장 등에 전력 인프라 장비를 공급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미국 거점이 한층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수혜를 입을 수 있겠죠.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받은 수주를 레퍼런스 삼아 글로벌 빅테크들까지 수주 대상을 넓혀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미 LS일렉트릭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운영하는 AI 개발사 미국 xAI 데이터센터에 전력기기를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주요 IT 공룡 기업에도 배전반 부품 납품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SWOT 분석: ④LS그룹의 위협은 뭐야?
다만 관세정책이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LS그룹의 제품이 한국에서 생산돼 수출되는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관세가 높아지면 이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비해 LS그룹은 지난해부터 계열사별로 미국 생산시설을 활발하게 짓고 있습니다. LS전선은 1조 원을 두자해 미국 버지니아주에 미국 최대 규모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합니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2030년까지 누적 매출 1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LS전선의 자회사인 가온전선은 이달 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타보로에 위치한 배전케이블 생산법인 LSCUS의 지분 100%를 확보할 예정입니다. LS일렉트릭도은 2022년 미국 유타주에 위치한 배전반 생산업체인 MCM 엔지니어링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텍사스주 배스트럽에 생산거점을 마련했습니다.
LS그룹의 올해 실적 전망은?
업계에선 전반적으로 LS그룹이 지난해보다 더 나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선 지주사인 LS의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6조 9743억 원, 1조 2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2%, 13.2% 오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도 매출 27조 8992억 원, 영업이익 1조 1205억 원으로 꾸준히 실적이 우상향할 것으로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