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쌀이 부족한 세상을 상상해본다

2025-06-18

최근 일본 교토에서 온 친구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친구가 물었다. “요즘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왔다 갈 때 쌀을 사가는 거 알아?” 믿을 수 없어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일본에선 쌀값이 너무 비싸 한국에 왔다 가는 적지 않은 일본 사람들이 쌀을 사간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지난해 여름에 갑작스런 쌀 품귀현상이 발생했고, 지금까지도 큰 이슈다. 그 당시 일본 정부는 햅쌀이 수확되면 괜찮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가을이 지나 겨울이 돼도 쌀 가격은 안정되지 않았다. 햅쌀 수확 후에도 가격이 안정되지 않자 올해초 정부 비축미까지 풀었지만 쌀 가격은 계속 뛰었다. 중간 유통과정에서 쌀을 매점매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불안한 소비자들도 쌀 추가 확보에 동참했다.

일본 정부가 비축미를 소매상에게 직접 공급하고 다른 나라의 쌀을 수입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기에 쌀 품귀현상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지만, 이런 현상이 언제 다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덕분에 우리나라 쌀이 일본에 수출됐다며 성과를 홍보하는 기사가 나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쌀 수출 가능성을 밝게 점치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의 쌀 부족 현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우리라고 이런 현상의 당사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올초 농민들이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정책을 바라보며 일본에서 일어난 갑작스런 쌀 품귀현상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걱정했던 것도 이런 이유다. 주식인 쌀의 중요성에 대해선 긴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오랜 기간의 쌀 감산정책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중단됐던 관광객의 폭발적인 증가로 쌀 수요의 팽창 등 예측이 어려운 여러 요인들이 겹쳐 생긴 이상현상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당연히 평화롭게 여기는 일상은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의 대가임을 알아야 한다.

상상해본다. 마트에 쌀이 쌓여 있지 않은 썰렁한 풍경을. 우리가 쉽게 사먹는 공깃밥 한 그릇이 2000원을 넘어 3000원에 이르고 밥이 너무 비싸 밀가루 국수를 먹을 수밖에 없는 어떤 날을. 해외여행 갈 때 캐리어를 비워 가서 쌀을 담아와야 하는 그 처량한 신세를. 부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정부도 모든 상황을 정확히 예측할 순 없겠지만 식량안보와 직결된 정책만큼은 잘 따져 추진해주길 다시 한번 당부한다. 그래야 농민과 소비자 모두 안심하고 상생할 수 있다.

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대표(경기 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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