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5주 동안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발생 건수가 9%포인트 늘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 대만, 태국 등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질병관리청은 이에 6월 하순 이후 국내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을 우려했다. 인류는 이제 전염병과 함께 사는 비정상이 정상처럼 여겨지는 뉴노멀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는 14세기에도 이런 뉴노멀을 경험했다. 당시 페스트로 유럽 인구 3분의 1이 사망했다.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봉건 신분제도가 무너지고 자본주의 시대가 열렸다. 페스트는 식탁도 바꿨다. 농노가 줄자 지주는 목축을 늘렸다. 임금 노동자들은 공급이 늘어 저렴해진 ‘고기’를 자주 접했다. 농업인구 감소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탁월한 감자를 먹게 됐다. 유럽인들은 감자를 ‘악마의 열매’로 부르며 백안시했었다. 감자는 유럽을 기근에서 구해냈고 유럽 근대화의 초석을 놓았다. 미국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감자가 제국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식탁의 뉴노멀은 더 큰 변화로 이어졌다. 유럽의 고기에 대한 욕구는 신대륙의 목축 산업을 발전시켰다. 19세기 미국은 인디언과 들소를 쫓아내고 이민자에게 공짜로 땅을 나눠주며 소를 키우게 했다. 이민자와 소를 나르기 위해 부지런히 철도를 깔았다. 미국은 20세기 전에 이미 전 세계 철로의 절반을 보유한 사회간접자본 강국이 됐다. 이는 미국이 대량생산·대량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자본주의 시대를 여는 저력이 된다. 전염병 이후 식탁에 올라온 ‘감자’와 ‘소고기’가 자본주의 탄생에 도움을 준 것이다.
코로나19도 인류 식탁을 맹렬하게 재구성 중이다. 먼저 집밥과 배달 음식의 시대를 열었다. 반면 산업혁명 이후 폭발적 확장세를 보였던 식당은 하락세다. 식당의 빈자리는 배달 신선식품과 밀키트 등의 간편식(HMR)이 메꾸고 있다. 그런데 사회학자들은 “전염병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를 두드러지게 부각해 이 취약성을 교정하라고 압박한다”고 말해왔다. 이 관점에서 최근 음식문화의 변화는 우리 식탁의 취약성을 교정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음식은 비용의 함수였다. 영양성분은 적고 칼로리는 높은 저렴한 가공식품이 범람했다. 값싼 육류와 유지 공급을 위해 열대우림이 훼손됐다. 농약과 화학비료 투입은 해마다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MZ세대 중심으로 채식과 무알코올 음료가 유행한 것은 기존 음식문화에 대한 반성이었다. 하지만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소득 양극화는 이런 긍정적인 변화의 걸림돌이다.
전염병은 인류의 식탁을 위협하는 가장 큰 재난으로 꼽힌다. 그렇지만 역사에서 보듯 인류는 최악의 전염병하에서도 음식 혁명을 이루기도 했다. 전염병과 함께 사는 뉴노멀 시대, 예전의 감자와 소고기처럼 우리 식탁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음식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 음식을 먹으면서 어떻게 역사를 바꾸어갈까? 인공지능(AI), 인간을 닮은 지능형 로봇과 함께 만들 변곡점이어서 더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