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에서 뛰는 혼혈 축구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뉘른베르크)가 21세 이하 독일대표팀에 지난 15일 선발됐다. 카스트로프가 앞으로 한국 국가대표팀에 뽑힐 수 있을까. 뽑히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 한국 국적을 결심하면서 감수해야 하는 것은 뭐가 있을까.
-카스트로프는 누구인가.
“한국인 어머니,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독일에서 태어났다. 생일은 2003년 7월이다. 생일이 지나지 않아 생일을 기준으로 보면 만 21세다. 독일 여권은 있지만 한국 여권은 없다.”
-카스트로프는 한국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나.
“그렇다. 카스트로프를 지원하는 한국인 에이전트는 기자와 통화에서 ‘한국 여권을 신청하면 발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혼혈 선수(아버지 독일인, 어머니 한국인)가 한국 여권을 발급받아 20세 이하 한국대표팀에 선발된 적이 있다.”

-카스트로프는 현재 어디에서 뛰고 있나.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16세 이하부터 17, 18, 19, 20, 21세 이하까지 연령대별 독일 청소년팀 등에서 꾸준히 뛰었다. 독일 A대표팀에는 발탁된 적이 없다.”
-카스트로프가 한국A대표팀에 선발되는 데는 문제가 없나.
“과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한국 여권을 갖고 입국해서 태극마크를 달고 훈련한 뒤 A매치를 치르면 된다. 한마디로 복수 국적을 가져도 한국국가대표팀에 선발될 수는 있다는 뜻이다.”
-한국A대표팀에 뽑히기 전에 본인이 감수해야 하는 것은.
“특정 국가 A대표팀(성인대표팀)에 뽑히면 향후 다른 국가대표팀에서 뛸 수 없다. 카스트로프도 한국 A대표팀에 한 번이라도 뽑히면 다른 나라 국가대표로 뛰지 못한다는 의미다.”

-독일은 복수국적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2024년 개정된 독일 국적법에 따라 복수 국적이 폭넓게 허용된다. 독일에 5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도 독일 국적을 취득할 수 있고 기존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독일에서 태어난 이민자 자녀들도 부모 국적을 유지한 채 독일 국적을 가질 수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독일 시민권자이고, 다른 한 명이 외국 국적을 가진 경우 자녀에게 자동으로 독일 국적과 부모 국적이 부여될 수 있다. 이전에는 21세가 되기 전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했지만, 개정된 법에 따라 더 이상 국적 선택이 강요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사실상 단일 국적만 인정된다.
“그렇다. 원칙적으로 단일 국적주의를 유지한다. 한국 국적법에 따르면,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한다.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경우에도 기존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물론 예외적으로 복수 국적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출생 시 부모 국적에 의해 자동으로 복수 국적을 갖게 된 경우, 성인이 되기 전까지 한국 국적과 외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 우수 인재(과학, 경제, 문화 등 특정 분야 전문가)가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도 복수 국적이 허용된다.”
-카스트로프가 한국 국적을 결심하면 병역법에도 적용받나.
“그럴 가능성이 크다. 카스트로프가 한국국가대표로 일정 기간 활동하면 수당 등을 받으면 병무청은 카스트로프를 사실상 한국인으로 간주한 뒤 병역 의무를 부과할 게 유력하다.”

-지금 바로 카스트로프를 한국A대표팀에 뽑는 것은 축구협회와 카스트로프 모두 부담스럽겠다.
“카스트로프는 태극마크를 달아본 적이 없다. 그를 지켜보고 평가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독일에서 뛰는 유망주라도 무조건 국가대표팀에 뽑고 끝까지 그를 기용하겠다는 약속은 아무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카스트로프가 만일 한국A대표팀에 뽑히고 싶다면 축구협회에 명확한 의사를 먼저 전달해야한다. 한국국적 결정, 병역법 적용 등으로 인한 향후 문제는 선수 본인이 결정하고 짊어질 부분이다.”
-현재 카스트로프로서는 한쪽 국적을 정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지금처럼 복수 국적을 유지해도 독일리그에서 뛰고 연령대별 국가대표에 뽑히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독일이든, 한국이든 A대표팀 선발 제의를 받으면, 그때는 양쪽 국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어디에 뽑히든 다른 국가 국가대표로는 뛰지 못한다.”
-앞으로 풀어야 하는 선결과제가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본인 의지가 중요하다. A국가대표에 한 번 정도는 뽑힐 수도 있겠지만 계속 뽑힌다는 보장은 아무도 해줄 수 없고 해줘서도 안 된다. 선수 본인 힘으로 한국대표급 기량을 보여줘야 함은 기본이다. 협회도 카스트로프를 위해서도 일단 뽑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시간이 답인가.
“그렇다. 무엇보다 카스트로프가 월드컵에 뛸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독일 리그에서 꾸준하게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동시에 카스트로프가 한국 A대표팀에 뽑히고 싶다면, 축구협회·국방부·병무청 등과 연락하면서 한국 국민으로 의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먼저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