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유치원 두 달이면 대학 한 학기 등록금이 넘는다.”
최근 대학 현장에서 자주 들려오는 말이다. 등록금은 17년째 동결됐지만, 전기·가스·인건비는 3배 넘게 올랐다. 수입은 그대로인데 지출만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 많은 대학이 '유지냐 축소냐'의 기로에 놓였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발표한 '2024회계연도 사립대학(전문대 포함) 결산' 분석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은 총 12조 7766억원으로 전년(2023년) 대비 1.0%(1321억원) 증가했다. 반면 고정비 지출은 4.7% 늘었다.
서울의 한 주요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을 운영하는 데 드는 전기·난방·수도 등 유틸리티 비용만 해도 연간 약 150억원에 달한다”며 “이는 10년 전보다 약 3배가 넘게 오른 수치지만, 등록금은 17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뿐 아니라 대학이 활발한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별도 사업 없이도 운영비나 인건비가 대학 지출의 80%를 넘는다”고 토로했다.
등록금이 묶인 구조는 곧 인건비 동결로 이어진다. 대학들은 수년째 교직원 임금을 동결하거나 일부 삭감하고, 신규 교원 채용도 최소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수 인재가 해외나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현상도 발생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카이스트 교수들에게 연봉 수억 원, 연구비 전액 지원, 거주지 제공 등을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안을 보내 화제가 됐다”며 “실제 상위권 한 대학의 경우 신임 교원 채용 시 합격자 중 약 40% 이상이 임용을 포기하거나 해외 대학·기업으로 이직했다는 소리가 있다. 우수 인력의 유출은 더 이상 가정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대나 카이스트 등 상위권 대학의 교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중·하위권 대학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며 “우수 교수를 확보해도 임금이나 연구비 상승이 수반되지 않으면 결국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 교수 한 명의 이탈은 단순한 인력 손실이 아니라 대학의 연구역량과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나 시설의 유지·보수 등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예산으로는 새로운 교육과정에 투자할 만큼 예산이 충분한 대학이 많지 않아 발전의 한계로 지적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연구비뿐 아니라 전기·가스·관리비가 모두 오르면서 교내 투자 여력이 거의 없다”며 “새로운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에 대해서는 국민 정서와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영어유치원에는 수백만 원씩 쓰면서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 인식하는 것은 불합리한데, 이러한 문제 제기가 활발하지 않은 점이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가의 발전은 결국 고등교육의 발전인데 서울대 10개 만들기 논의가 되기 전 대다수 대학이 최소한의 동력을 가질 수 있도록 등록금 규제 완화나 수익사업 허용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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