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자연과학] 빛과 물, 그리고 너럭바위의 푸른 신비

2025-03-20

토요일 아침, 온 가족이 구영리에서 유니스트 방면까지 난 태화강 백리길의 일부를 걷고 오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도중에 공룡 발자국이 있는 너럭바위에 내려가 본다. 우리는 너럭바위에서 공룡 발자국을 찾으며 물고기가 있는지도 찾고 있는데, 이미 와 있던 성인 남성이 우리의 대화를 들었는지, 말을 건넸다.

“여기에 물고기 없어요. 물고기 없는 이유를 알아요?”

우린 모른다. 물이 있고, 인근에 새가 내려앉으니, 물고기가 있지 않을까? 그분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었다.

“여기 바위를 봐라. 주변에서 여기만 이 지층이 튀어 올라와 있다. 이건 지구 내부의 기운이 여기로 뚫고 나왔다는 뜻이다. 이런 곳은 강력한 기가 있다. 그러니,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물색이 완전 청색이지 않느냐? 청도의 청자가 바로 이 색이다. 거기서 소싸움을 왜 하는지 아느냐?”

아무런 느낌도 없이 보았던 물이 유난히 청록색으로 느껴졌다. 지구의 기운이 이곳에서 뚫어졌다니… 그분의 말은 언뜻 들어서는 미신 같지만, 한편, 아직 과학의 수준이 그분의 통찰력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물의 색이 청록색인 이유를 현재 과학 수준에서는 어떻게 이해하는지 찾아보았다.

빛이란?

빛이란 특정한 파장을 가지는 전자기파를 말하며, 그중 인간이 볼 수 있는 범위를 가시광선이라고 한다. 빛은 주로 가시광선과 가시광선의 빨간색 바깥의 색인 적외선, 보라색 바깥의 색인 자외선을 의미한다. 자외선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크고 적외선으로 갈수록 파장이 길고 에너지가 작아진다.

빛의 산란과 흡수

빛은 진행해 나갈 때 빛의 파장보다 큰 장애물을 만나면 통과하지 못하고 그 빛은 장애물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흩어지는 산란이 일어난다. 해가 뜨거나 질 때 태양이 지평선 근처에 있으면 태양광선이 통과해야 할 공기층이 두꺼워지므로 파장이 짧은 파란색은 두꺼운 공기층을 통과하면서 모두 산란되어 버리고, 상대적으로 파장이 길어서 덜 산란되는 빨간색만 우리 눈에 들어와 붉은 노을이 된다.

반면, 물은 대기와는 다르다. 대기의 파란 하늘색은 주로 산란 때문이지만, 물의 파란색, 청록색은 ‘적색광(붉은빛)의 흡수’가 주요 원인이다. 물은 빨간색과 적외선을 강하게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물이 깊을수록 붉은빛이 대부분 흡수되어 깊은 곳에서 붉은 물체는 검게 보인다. 반면에 파란색과 같은 더 높은 에너지의 짧은 파장은 더 깊이 침투할 수 있으며, 결국 남아있는 유일한 빛이 되어 깊은 물의 색은 푸른빛을 띠게 된다.

빛의 산란과 수질의 영향

수십 미터 이상의 깊은 물에서는 대부분의 빛이 흡수되어 검게 보이지만, 용해된 유기물, 부유 고형물, 식물성 플랑크톤(조류, algae), 생물에 의해 일부 산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용해된 유기물은 파란색, 보라색, 자외선을 강하게 흡수한다. 예를 들어, 호수나 습지에 유기물이 분해된 물은 파란색, 자외선을 강하게 흡수하기 때문에 흡수되지 않은 갈색이나 붉은빛의 물처럼 보인다.

부유 미네랄은 가시광선 전체를 흡수하는 경향이 있다. 황토가 섞인 한강은 탁하게 보인다.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 잘자크강(Salzach River)의 물은 알프스산맥의 빙하에서 녹아내린 미세한 석회질 성분이 빛을 산란시켜 우윳빛 또는 푸르스름한 색을 띠는 것으로 유명하다.

식물성 플랑크톤이나 조류는 빨간색과 주황색 빛을 주로 흡수한다. 봄이 되어 수온이 올라가면 태화강에 조류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때가 되면 민원이 발생한다. 그 이유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조류가 빨간색과 주황색 빛을 흡수하고 녹색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물이 녹색을 띠게 되어, 심미적으로 좋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소금, 칼슘, 마그네슘과 같은 무기 물질이 물에 녹아 있는 경우는 빛의 흡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바닷물에는 무기 물질이 많은데, 빛을 거의 흡수하지 않아 깊고 투명한 파란색으로 물색이 보인다.

태화강 백리길 도중, 공룡 발자국이 찍힌 너럭바위 근처의 물빛은 물의 수심이 깊어 대부분의 빛이 흡수되기 때문에 남아있는 푸른 계열의 청록색을 띠게 된다(사진). 결국, 물빛이 청록색인 것은 빛의 흡수와 산란 원리 때문이라고 현재 과학 수준에서 설명하였다. 하지만, 강력한 기운과 같은 해석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것 또한 매우 흥미로운 관점이다. 어쩌면 후대에 누군가가 이것을 수치와 재연 가능한 이론으로 밝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덧붙여. 너럭바위에 다시 갔을 때, 누군가 설치한 물고기 투망을 보았다. 물고기가 잡히기 때문에 누가 쳐 놓은 것일까? 다음 호에서 알아보고자 한다.

권춘봉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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