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지지해온 마이크 터너(공화당) 미 연방의회 하원 정보위원장이 16일(현지시간) 돌연 교체됐다. 후임 정보위원장에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는 릭 크로포드 공화당 의원이 지명됐다.
이번 교체는 그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해 온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 안보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는 하원 정보위원장은 다수당인 공화당 몫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일은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서 집권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접근하는 방식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하원 상임위원장 임명권을 지닌 마이크 존슨(공화당) 하원의장은 이날 "정보위원장을 터너 의원에서 크로포드 의원으로 교체한다"며 "새 의회에서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존슨 의장은 이번 결정과 관련 "트럼프 당선인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터너 의원은 CBS 인터뷰에서 "존슨 의장이 내게 위원장직 해임의 이유로 '마러라고의 우려'를 꼽았다"고 폭로했다. 존슨 의장이 자신에겐 "트럼프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말했다는 주장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정가에선 이번 결정에 터너와 트럼프 측 간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이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단 시각이 지배적이다.
터너는 그간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되자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북한군을 대응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고, 취임 즉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신임 정보위원장인 크로포드는 지난해 4월 608억 달러(당시 약 84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이 하원을 통과할 때 '미 경제가 우선'이란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수개월간 공화당 하원 내 친트럼프 인사들은 터너를 축출하라고 존슨을 압박해왔다"고 전했다.
터너 해임을 두고 미 정치권에선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존슨이 국가안보를 희생하면서까지 트럼프의 뜻에 굴복했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터너는 미 국민과 자유 세계의 안전을 증진해 왔다"며 "그에 대한 부당한 축출은 러시아와 중국의 적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한편 트럼프는 자신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유명 배우 3명을 '할리우드 특사'로 지명했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멜 깁슨, 존 보이트, 실베스터 스탤론을 매우 위대하고 동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의 특별 대사로 임명했다"며 "이들은 제가 지정한 특별 사절로서 지난 4년 동안 해외에 많은 비즈니스를 빼앗긴 할리우드를 어느 때보다 더 크고, 더 훌륭하며,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조언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현지 언론은 이들 할리우드 특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지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