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7〉대한민국 최초 유성볼펜, 모나미 153

2025-06-26

컴퓨터와 비행기, TV와 페니실린처럼 위대한 발명품들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혁신적인 발명품이 있습니다. 바로 볼펜인데요. 1963년, 대한민국 최초의 유성볼펜으로 등장해 필기구의 역사를 바꾼 모나미에 대해 들여다보겠습니다.

모나미의 전신은 회화용 문구류를 생산하던 광신 화학 공업사였습니다. 물감과 왕자파스에 이어서 세 번째로 개발된 볼펜은 광신 화학 공업사라는 회사명을 아예 모나미 화학공업주식회사로 변경하게 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프랑스어로 나를 의미하는 '몽(MON)'과 친구를 의미하는 '아미(AMI)를 합해 지금의 '모나미'라는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1963년에 출시된 이후 필기구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모나미. 흰색의 육각형 몸체에 심플한 디자인,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 후 국민 볼펜으로 자리잡으며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모나미 153은 모두가 인정하는 스테디셀러 제품 중 하나입니다.

모나미 153의 시작은 1962년 국내에서 열린 한 국제산업박람회에서였습니다. 잉크를 찍지 않고 사용하는 신기한 필기구를 본 모나미 창업주인 송삼석 회장은 열악했던 국내 필기구 시장의 흐름을 바꿀 만한 제품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잉크를 다루는 기술과 볼을 만드는 기술이 없었기에 끊임없는 시행 착오를 거쳐야 했고, 수많은 실패 끝에 1963년 5월 1일 유성 볼펜 모나미 153이 첫 선을 보이게 됩니다.

오직 다섯 개의 부품으로 디자인된 심플하고 가벼운 이 볼펜은 언제 어디서나 휴대하기 편하고 잉크 없이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이 당시 가장 획기적인 부분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잉크를 찍어 쓰는 만년필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잉크를 쏟거나 필기 중 잉크가 끊겨 큰 불편을 겪고 있었기에 모나미 153의 등장은 볼펜의 대중화를 빠르게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53볼펜은 출시 당시 가격이 15원이었고, 세 번째로 모나미에서 출시한 제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15원은 당시 자장면 한 그릇 가격과 비슷한 값으로 대중들에게 접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만년필 사용에 익숙한 이들이 볼펜이라는 제품을 선택하기까지 인식의 변화도 필요했고, 볼펜의 잉크가 새서 가방이나 의류를 오염시키는 문제도 꾸준히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문제와 위기 속에서도 모나미는 승승장구하며 필수템으로 자리 잡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태블릿 PC와 스타트폰의 보급으로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필기구를 포함한 문구제품의 판매량은 눈의 띄게 줄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모나미는 '고급화'라는 카드를 꺼냈습니다. 2014년 모나미 출시 5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모나미 리미티드 1.0'은 2만 원대의 출시가로 기존의 저렴한 볼펜의 상징이었던 모나미의 틀을 깨고 새로운 면모를 보이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리미티드 제품 출시는 쇼핑몰이 다운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게 되었고 오늘날 모나미는 차세대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프리미엄 라인과 콜라보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모나미는 고객의 취향을 반영해 조합할 수 있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연이어 오픈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하나의 문화공간 사업을 구축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그중 모나미스토어 성수점은 일상에서 잃어버린 생각과 기록들을 모나미 제품으로 표현할 수 있는 체험공간의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성수점은 과거의 모나미 성수동 공장에서 모티브를 얻고 미래지향적으로 재해석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역사와 제품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더불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잉크를 만들 수 있는 '잉크랩' 체험도 가능합니다.

15가지 색상의 수성염료 중에서 원하는 컬러의 잉크를 적절히 섞어 비율을 제출하면 최종 배합된 잉크에 플러스펜 심을 넣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볼펜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나미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 고급 필기류 및 스토어 전용 상품을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패션 랩 프로젝트 제품을 판매하고 다양한 브랜드&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 전시 협업 공간으로 쓰이는 등 브랜드 가치를 체험하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산업이 발달하고 이에 따라 첨단기술이 일상을 이끌어 가고 있는 시대이기에 필기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믿는 K-브랜드 모나미. 볼펜 외의 새로운 영역의 제품을 개발하며 기존 스테디셀러인 153라인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모나미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손끝에서 피어나는 가능성과 가치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문구 브랜드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이사 · 변리사 jmk@wegofair.com

[ 필자 소개 ] IP 및 브랜드 보호 전문가로, 한국IBM 시스템엔지니어와 독일 IP분야 로펌인 Stolmar&Partner 한국변리사로 근무했다. 국내외 IP 전문 변리사 경험을 바탕으로 AI기반 위조상품 모니터링 및 차단 플랫폼 'Wegofair'를 개발, 위조상품 유통 방지에 힘쓰고 있다. 현재 플랫폼 운영사인 (주)위고페어 대표이사와 특허법인 아이엠의 파트너변리사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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