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중국계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미국지사 지분을 인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단독보도했다. WSJ는 바이낸스의 최대주주인 자오창펑이 유죄를 인정하고 트럼프 행정부에 사면을 요청하고 있어, 이 같은 거래가 ‘사법 거래’로 비춰지면 “전례 없는 이해 충돌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가 13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것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지난해 트럼프 일가에 접근해 이같은 제안을 했다. 이같은 제안을 받은 트럼프 일가는 사면을 대가로 자오 측에 바이낸스 지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권을 이용해 트럼프 일가가 지분을 획득한다면 이해 충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낸스의 제안은 한때 미국에서 27%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던 바이낸스의 미국 사업 활로를 찾고 대주주가 범죄를 저지르면 영업을 금지하는 유럽연합(EU) 진출길을 열기 위해서다. 트럼프 일가 역시 한때 코인베이스의 경쟁자였던 바이낸스 지분을 인수할 기회를 얻게 된다.
최대 주주인 자오는 미국 당국으로부터 돈세탁 혐의로 수사를 받아 지난해 5월 4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자오는 43억 달러(약 6조 3000억 원)의 벌금을 내고 바이낸스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조건으로 실형을 살지 않았다.
협상안에는 트럼프 일가가 직접 미국 법인지분을 인수하는 방식과 트럼프 일가가 후원해 지난해 9월 설립한 가상자산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을 통해 인수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 한 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현재 우크라이나·중동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가 협상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위트코프 특사는 WLF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이를 부인하며 위트코프 특사가 WLF에서 손을 떼고 있다고 밝혔다. WLF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고, 바이낸스 미국 법인 측도 논평을 거부했다.
WSJ에 따르면 바이낸스 경영진들은 중국 출신 가상자산 사업가인 저스틴 선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했던 선은 2023년 11월 WLF에 3000만달러(400억원)을 투자해 최대 투자자가 됐다. 그로부터 약 1년 3개월 뒤인 지난달 SEC는 선과 그의 기업 3개를 상대로 한 사기소송을 일시 중단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사법 거래'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SEC 소송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자오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바이낸스 미국 법인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주장하면서도 “누구든 사면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과 전 세계에서 가상자산 산업을 발전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