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우크라 사이 가교 역할
스타머 영국 총리 ‘호평’
독일 새 총리 유력 메르츠
“유럽 안보 스스로 지키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전쟁과 유럽 안보 위기 여파로 세계 중도파 지도자들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충격과 공포’ 정책이 세계 정치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재편하고 있다”며 “관세와 대서양동맹에 대한 미국의 위협이 중도파 지도자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보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사진)가 가장 눈에 띈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정상회담 파행 이후 두 나라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휴전 협상을 끌어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NYT는 “우크라이나에 유럽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바삐 노력하는 스타머 총리의 ‘회오리 외교’는 영국 정치권 전반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뒤 스타머 총리는 전화기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번갈아 통화하며 화해를 위한 설득에 나섰다. 폴리티코는 “스타머는 엑스(옛 트위터)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설전에 동참하는 대신 가장 온건한 선택을 했다”며 “그건 엑스에 손대지 않고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또 조너선 파월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을 우크라이나로 보내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휴전 협정 초안을 작성하도록 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우크라이나 고위급 회담이 열리기 전날인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휴전 협상 성사를 위해 설득했다.
캐나다에선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 9일 집권 자유당 대표 선거에서 당선된 후 지지부진하던 자유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조만간 치러질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카니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전쟁에 승리를 거두겠다”고 약속하면서 올해 초만 해도 보수당보다 지지율이 20%포인트 낮았던 자유당은 최근 격차를 바짝 좁혔다.
독일에선 지난달 치러진 총선에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공개 지지 속에 2위를 차지하며 부상했지만 미국과 유럽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 NYT는 “AfD는 선거 이후 중심적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반면 독일의 새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연합 대표는 군사 지출을 늘려 유럽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