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중단했던 비대면 가계대출 상품 취급을 재개한다. 다만 올해가 아닌 내년에 실행되는 대출 신청에 한해서다. 이사 등 연초 자금수요가 있는 소비자들이 계획적인 자금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중단했던 △하나원큐 전세대출 △원큐주택담보대출의 판매를 이날 재개했다. 다만 내년 1월 대출 실행 건부터 신청이 가능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안정적인 금융 공급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우리WON주택대출(아파트) △우리WON전세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지난달 한시 중단했던 비대면 부동산 금융상품 8종의 판매를 23일부터는 다시 시작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측은 “(부동산 담보 대출 특성 상) 실행까지 최소 50일이 걸리는 만큼 내년 실행 건에 한해 (취급이) 재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내년에 실행되는 대출에 한해 비대면 가계대출 상품 취급 재개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비대면을 통한 내년 실행분으로 제한된 대출이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이사 등 수요에 대비한 안정적인 자금계획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연간 관리 한도가 연말이 지나면 ‘리셋’ 되기 때문에 연간 총량이 대부분 소진된 해에는 12월 이맘 때 다음해에 실행될 대출을 재개해왔다”며 “내년 실행분부터는 연간 총량이 리셋되어 다시 시작되기 때문에 은행의 대출 여력이 다시 확 늘어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하반기 들어 대출 대상과 한도를 축소하고, 다주택자와 1주택자 대상 부동산 대출을 사실상 틀어 막으면서 금융 당국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목표를 맞춰왔다.
다만 영업점이나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면 대출 신청 재개시기는 미지수다. 금융 당국이 내년에도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월별·분기별로 관리하기로 하는 등 가계대출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할 방침이어서 각 은행별로 내년 대출 계획을 세워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해가 바뀌어도 당분간은 대출 문턱이 대폭 낮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계대출은 부동산 시장·정책과 관계가 깊기 때문에 결국 정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