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회서 전년比 8.4% 증액 책정
‘3년 연속 7.2% 증가율’ 국방비보다 ↑
美·英 등 해외원조 삭감 행보와 반대
“일대일로 강화 세계 주도권 확대 의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해체하는 등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나서면서 전 세계 선진국들 역시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입지가 줄어드는 틈을 노린 중국은 올해 외교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최근 의회에서 국방비 지출 증액을 위해 국제 지원 예산을 2027년 국내총생산(GDP)의 0.5%에서 0.3%로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국방비 지출을 현재 GDP의 2.3%에서 2027년까지 2.5%로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영국의 행보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해외 원조를 대폭 축소한 트럼프 행정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연합(EU) 국가를 향해 끊임없이 방위비 인상을 요구해왔다. 영국 이외에 EU 국가들은 국제 지원 예산 삭감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관련 예산을 확대할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이달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개막식 보고에서 올해 외교예산을 지난해보다 8.4% 늘린 645억600위안(약 12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6.6%에서 증액폭을 확대한 것으로, 3년 연속 7.2% 늘린 국방비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는 전인대 개막식 정부업무보고에서 “중국은 국제 사회의 다른 회원국들과 협력해 평등하고 질서 있는 다극적 세계와 포용적인 경제적 세계화를 촉진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의 개혁과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가 지난해 지난해 ‘강화’에서 올해 ‘중점 프로젝트 추진’으로 기조가 바뀐 것에 있다.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외교 중시 기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국가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하고, 각종 국제기구에서 발을 빼는 가운데 확대됐다. 이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이 축소된 만큼, 중국이 그 공간을 빠르게 확보할 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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