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에서 인간으로
이철희 지음
위즈덤하우스
경제학은 비용과 편익이란 두 개의 렌즈로 세상을 본다. 때론 냉정하게 보이지만 복잡한 사안의 핵심을 단순명료하게 파악하는 데는 이만한 접근법도 없다. 가족 경제학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건 자동차를 살지 말지 결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정된 소득으로 자동차를 사는 게 다른 데 썼을 때 비해 효용이 클 때 사람들은 차를 산다. 그런데 차값이 크게 오르거나, 차를 소유해서 얻는 만족감이 떨어진다면 어떨까. 자연히 차를 사는 사람들은 줄 것이다.

한국에서 초저출산 현상이 빚어진 이유도, 기본적으론 결혼과 출산의 비용은 급격히 비싸지고 그 효용은 크게 줄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바탕에는 산업화와 도시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가 있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고, 유아 사망률이 줄면서 자녀의 수보다는 질에 투자하는 게 더 유리해졌다. 또 결혼이 주는 가족 간 분업 효과와 위험 분담 효과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와 사회안전망 확대에 빛이 바랬다. 결국 출산율 하락은 그 자체가 문제라고 하기 어렵다. 어쩌면 개개인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자유가 제약되고 아동 인권이 존중받지 못했던 ‘다산의 과거’로 돌아가는 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한국에서의 문제는 속도다. 산업화 과정이 수백 년간 점진적으로 이뤄진 서구 선진국들에선 출산율 하락도 점진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교적 늦게, 압축적으로 산업화와 근대화가 이뤄진 한국에선 출산율 역시 드라마틱하게 꺾였다. 자칫 인구구조의 변화에 적응할 여유도 없이 사회 전체가 충격에 휘청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미칠 수 있다.
해법은 우리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에 들어가는 과도한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높이는 것일 테다. 문제는 어떻게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20년간 ‘인구와 경제’ 과목을 가르쳐 온 저자가 축적한 실증적 데이터가 빛을 발하는 건 이 대목이다.
저자는 우선 우리 사회에 ‘인구소멸 공포’ 만큼이나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정책 무용론’부터 검증한다. 매년 수십조원씩 저출산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 제고에는 별 효과가 없지 않았나. 차라리 그 돈을 저출산 완화보다 인구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데 쓰는 게 낫지 않느냐는 주장이 그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다양한 형태의 출산ㆍ육아 지원이 합계 출산율을 끌어올리진 못했지만, 적어도 하락 속도를 늦추는 데는 기여를 했다고 논증한다. 그런 정책이라도 없었다면 출산율은 더욱 가파르게 하락했을 것이란 얘기다.
한 발 더 나가 재원을 더 효율적으로, 더 공정하게 쓸 수 있는 방법도 제안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발생한 출생아 수 감소의 4분의 3은 결혼이 줄어든 탓이다. 그런데 저출산 대책의 초점은 이미 결혼한 부부와 다자녀 가정에 맞춰져 있다. 이런 대책으로는 결혼의 문턱조차 넘기 어려운 청년, 자녀 하나 갖기도 망설이는 부부를 설득하긴 어렵다. 결혼이 계급이 된 사회에서 이런 정책은 중상위 소득 커플에 혜택이 집중되는 결과를 빚게 된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 하다.
이런 냉철한 분석과 함께 ‘따뜻한 가슴’을 잊지 않았다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다. 『인구에서 인간으로』란 제목에서 엿보이듯 저자는 아이들이 단지 머릿수를 채우는 인구가 아닌 인간으로 존중받는 사회가 저출산 대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단기적인 출산율 목표치에 급급하기보다 사교육과 주거비 부담, 청년 일자리 등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정책들을 인구문제 대응 관점에서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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