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결혼 부담,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 남성들…“탈출 아닌 ‘선택’”
한국 사회의 치열한 취업 경쟁과 갈수록 높아지는 결혼 비용 부담 속에서, 일부 한국 남성들이 새로운 삶의 해법을 일본에서 찾고 있다.

단순한 해외 취업 열풍을 넘어 일·결혼·삶의 균형을 동시에 고려한 ‘구조적 이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에서 근무하는 한국인은 2020년 약 6만9000명에서 2024년 약 7만5000명으로 4년 만에 약 8%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국경 이동이 정상화된 점을 감안해도, 한국인 노동자의 일본 정착 흐름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취업난·결혼 부담이 만든 ‘이동’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의 출발점으로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압박을 꼽는다.
△장시간 노동 △불안정한 고용 △높은 경쟁 강도 속에서 청년층이 체감하는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상대적으로 근무 안정성과 삶의 예측 가능성이 높은 일본이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취업과 결혼이 동시에 개인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한국 사회에서, 일본은 ‘숨을 고를 수 있는 사회’로 비쳐진다”며 “청년들이 삶의 질을 기준으로 국가를 비교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이 같은 이동은 국제결혼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결혼은 1176쌍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하며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과 정착, 인간관계가 맞물리며 일본행이 일시적 체류를 넘어 생활 기반 이동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한국 남성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본인 연인과의 관계’를 주요 이유로 꼽는다.
외국어 교류 애플리케이션과 SNS를 통한 만남이 보편화되면서 국경을 넘는 관계 형성의 문턱도 낮아졌다.
◆‘달라진’ 일본의 시선…‘높아진’ 한국 남성의 평가
일본 사회에서 한국 남성에 대한 인식 변화도 중요한 배경이다.
일본 노동시장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인력난 속에서 한국 청년들의 조직 적응력과 근무 태도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전한다.
군 복무 경험을 통해 형성된 책임감과 협업 경험이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K-드라마’, ‘K-팝’ 확산으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결혼 문화와 성 역할에 대한 인식 차이가 한국 남성들에게 상대적 부담 완화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같은 현상을 경제, 결혼 이주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이동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남성에게 집중된 경제적·사회적 책임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금 수준보다 근무 안정성, 여가, 삶의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청년 세대의 가치관 변화가 분명히 드러난다”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국제결혼 증가는 개인 문제가 아닌 주거·취업·결혼 비용이 결합된 사회적 비용 구조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경제+결혼 이주’의 결합…전문가들 “국경 넘는 일종의 대안 탐색”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는 분명하다.
한국 남성들의 일본행은 단순한 탈출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 탐색’에 가깝다는 것이다.
취업 안정성, 결혼 부담, 삶의 균형이라는 3가지 조건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이 현상은 개인의 이동을 넘어 한국 사회 구조를 되돌아보게 한다.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민간 차원의 인적 교류 확대는 정치·외교 갈등과 별개로 양국 관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완충 장치가 되고 있다”며 “청년 이동은 동아시아 사회 변화를 읽는 중요한 단서”라고 평가했다.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 남성들의 발걸음은 묻고 있다.
청년들이 왜 국경 밖에서 삶의 가능성을 찾고 있는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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