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일단’ 발등의 불 끈 한·미 동맹

2025-11-16

우여곡절 끝에 ‘관세 충격’ 일단락

연간 투자 상한선 등 방어는 성과

‘동맹의 새로운 장’ 방향성이 과제

최선의 결과 위해 관리해 나가야

지난주 워싱턴 특파원들의 대화 주제는 단연 ‘팩트시트’였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2주가 넘었는데 왜 팩트시트가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이 여기저기서 들끓었지만 어느 당국자에게도 속 시원한 답은 듣지 못했다. 역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3일(현지시간) 우여곡절 끝에 나온 팩트시트로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5개월, 그 이전 4월 상호관세 발표 시점부터 트럼프 행정부와 벌인 한국 정부의 사투가 일단락됐다. 팩트시트가 나온 다음 날인 14일 밤 워싱턴에서 열린 주미한국대사관 주최 국경일 행사에선 ‘다행히도’ 팩트시트가 행사 전 나와준 것에 대해 안도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국방부(전쟁부) ‘넘버 3’인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행사에 참석해 “한국은 이제 미국의 조약 동맹국 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 국가로서는 최초로 트럼프 대통령이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에서 제시한 ‘국방부 3.5%’ 기준을 충족하겠다고 약속한 나라”라며 치켜세우고 참석자들에게 박수까지 유도하는 걸 보면서 미국도 꽤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이 느껴졌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도 같은 날 애틀랜틱카운슬·코리아소사이어티 공동 주최로 열린 ‘밴플리트 정책 포럼’에서 “한·미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고 평가했다.

안보와 무역 등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협상 결과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초반에 우려하던 상황에 비하면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한다. 일단 자동차, 반도체 등 핵심 수출품의 관세에서 경쟁국인 일본, 유럽연합(EU)보다 나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받은 것, 연간 투자 상한선을 세운 것 등은 분명히 성과다.

다만 성과를 자축하기 전에 여러 전문가가 말하듯 ‘끝이 아닌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 예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한미국대사를 지낸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는 밴플리트 정책 포럼에서 한·미 동맹의 현대화가 장기적으론 동맹의 이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국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미국의 책임을 약화하는 조치들이 한·미 동맹의 초점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얘기였다.

무역 문제에선 투자 프로젝트 선정 등에 산업계 우려가 작지 않다. 연간 투자 상한선을 정하고 외환시장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점 등은 성과지만,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수익을 관리하는 일, 근본적으로 각 사업의 수익성 창출 여부 등에 여전히 물음표가 많다는 것이다. 이건 실제 투자 논의에 착수하지 않는 한 알기 어려운 일들이다. 무엇보다 미국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 나온 뒤 재판 결과와 무역합의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많다. 관세가 합법적이지 않다는 판결이 나오면 관세 정책에 상응해 한 약속들의 전제가 뒤집히는 격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조야에선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더라도 한국이 미국에 한 투자 약속까지 뒤집을 순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지만, 이 역시 아직은 모를 일이다. 다른 나라들의 행보를 보고 보조를 맞춰 판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사다난했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1년이 끝나가고 있다. 4월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25%가 나온 뒤 충격, 여름 내내 반도체·철강 등의 품목 관세가 추가될 때마다 한층 더해지던 각계의 우려에 비하면 지금의 상황은 일단 발등의 불을 끈 셈이다. 지금부터는 현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위해 관리해나가야 한다.

팩트시트를 보면 결과적으로 한·미 관계의 큰 두 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안보 분야에서 한국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 ‘상호주의’에 입각한 양국 간 무역 재조정이다. 일각에선 공화당이 참패한 미국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이 두 방향은 공화당 행정부에선 일단 바뀌기 어려운 흐름으로 보인다. 심지어 민주당 행정부가 다시 들어온다고 해도 이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흐름 속에서 동맹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일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한국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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