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풋풋한 사랑 이야기로 황순윈님의 <소나기>만 한 작품도 없습니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발견하지요.
징검다리를 차지하고 물장난하는 소녀를 소년은 먼발치에서 지켜봅니다.
그때 소녀는 소년에게 "바보"라고 하며 조약돌을 던지고 갈대밭 사이로 사라집니다.
이 조약돌은 소년의 주머니에서 소녀를 그리는 정표가 됩니다.
2010년엔 드라마 <추노>가 방영되었지요.
노비 신분이었던 언년이(이다해)는 양반가 도련님 이대길(장혁)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추운 겨울날 고생하는 언년이를 위해 대길이는 불에 달궈진 따뜻한 조약돌을 건넵니다. 언년이는 그 조약돌을 신줏단지처럼 지니고 다닙니다. 신분을 넘어선 사랑은 조약돌처럼 단단했지만, 운명은 그 둘을 받아들이지 않았죠.
저는 8년 연애 뒤에 결혼하였습니다.
연애 3년 차 생일 때 아내는 목각으로 된 목이 긴 신발 한쪽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뭐 크게 소용되는 물건도 아니어서 책꽂이 한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5년을 보냈습니다. 결혼하고 살림을 합치던 날, 아내의 짐 속에서 나머지 한 쪽 신발을 발견하고는 그제야 그 선물의 의미를 알았습니다. 뒤에 목각 신발 한 쌍은 잘 닦여서 장식장의 중간을 차지했지요.
조약돌은 크기가 자잘하고 모양이 동글동글한 돌을 의미합니다.
그저 너무 흔하고 아무 데나 널려있는 작고 평범한 돌이지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전까지는 그저 길가에 널린 돌멩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어지거나, 특별한 순간에 함께했던 물건이 된다면
그 의미는 달라집니다.

사랑은 거창한 표현이나 값비싼 선물로 포장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 속에서 조약돌과 같은 존재를 만나게 됩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일 수도 있고,
특별한 순간을 함께했던 장소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단순히 어떤 대상을 향한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조약돌들은 우리 삶에 작은 감동과 행복을 선사하며,
때로는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힘을 주기도 합니다.
작지만 소중한 것이 우리에게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