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대학 입시에서 'N수'를 선택하거나 정시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전형 확대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오히려 N수생 증가로 이어져 교육 불평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한국교육개발원(KEDI) 남궁지영 선임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KEDI브리프 '대입 N수생 증가 실태 및 원인과 완화 방안'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한국교육종단연구 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1학년도 대학 입학생 중 10.8%가 휴학이나 자퇴를 선택했으며 이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재수 준비'(40.5%)였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학생들을 다섯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더니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재수·삼수 등 N수를 택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가장 낮은 1분위 학생 가운데 반수나 재수를 선택한 비율은 10.7%였다. 반면 5분위 학생의 경우 이 비율이 35.1%에 달했다.
또한 재수생 중 정시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비율은 5분위 학생이 69.0%로, 1분위 학생(35.8%)의 두 배에 육박했다.
이와 함께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사교육 참여율은 물론 의약계열이나 수도권 주요 대학 입학 비율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정시 전형 확대가 상위권 대학 진학 수요를 자극해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시 확대 정책은 2019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 이후 교육부가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기로 하면서 추진됐다.
남궁 위원은 "정시는 수능 점수가 1점이라도 높은 학생이 선발되기 때문에 겉으로는 공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돼 사교육 혜택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학생에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시 전형의 가장 큰 문제는 고교 학업과는 관계 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로만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것"이라며 "정시가 확대되면서 고교와 대학의 학업 중단율이 증가하고 있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N수 과열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서울 소재 대학에 적용된 정시 모집 비율 40% 정책을 재검토하고, 수능의 자격고사화를 비롯해 학습자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반영하는 수시 전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