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GM이 내홍에 휩싸였다.
사측의 갑작스런 자산 매각 결정 통보로 ‘국내 철수설’이 재점화됐고, 노조는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29일 금속노조 한국GM지부에 따르면 헥터 비자레알 GM 아태지역·한국사업장 사장은 이날 열린 임금협상 노사 상견례를 겸한 1차 교섭에서 전날 발표한 ‘전국 9개 직영서비스센터와 부평 공장 유휴부지 매각 방침’을 재확인했다.
바자레알 사장은 “한국GM의 수익성 증대를 위한 결정”이라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과정에서 모든 고용이 보장될 것이며, 향후 생산 능력에 미치는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노조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해 내수 판매 비중이 5%를 밑돌 정도로 해마다 국내 시장의 위상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서비스센터 매각 등은 사실상 국내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는 판단에서다.
가뜩이나 2018년 한국 정부가 8100억원의 공적 자금을 지원하면서 향후 10년간 국내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GM의 약속을 받아낸 합의 종료 기한(2027년 말)이 다가오면서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그때 가서 GM이 한국에서 철수하겠다고 나오더라도 법적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측의 이번 발표는 GM의 한국 시장 철수 시점이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안규백 한국GM지부장은 “2001년 인수 이후 종합자동차회사로서의 위상을 단순 하청생산기지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이제는 사측이 경영 실패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시도까지 하고 있다”며 “GM 본사의 불법적이고 도발적인 구조조정 계획에 맞서 우리의 모든 조직력과 영향력을 동원해 물러섬 없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때부터 부품사는 물론, 지역사회, 정치권과 함께 한국GM의 철수를 막기 위한 관련 입법 마련에 착수하는가 하면 2대 주주(17.02% 지분 보유)인 산업은행과 정부(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의 관리 감독 권한 행사를 촉구하는 등 총력 대응에 돌입한 상태다.
미국발 관세 정책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 중국 전기차 업체의 약진, 부진한 전동화에 따른 수익 구조 악화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GM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GM의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정책을 지지하는 견해를 밝히는 등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바라 CEO는 28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행사에서 가진 진행자와 인터뷰에서 외국 정부의 보조금과 세금 때문에 미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치는 제조업 부흥의 핵심에 GM 등 자동차 업계가 있다고 할 정도로 미 정부의 관심도 상당한 편이다.
한국GM의 노사 힘겨루기가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 이후 이후 본격적으로 펼쳐질 한미 양국 간 자동차 품목 관세 협상의 예고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GM지부는 향후 임금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동시에 위기에 처한 자동차 산업과 공급망, 부품사 노동자들을 볼모로 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전략 차원에서 사측이 이번 ‘기습 통보’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본다.
GM이 한국 사업장과 달리 미국 내 생산설비에 대해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오토모티브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GM은 내연기관 엔진 생산 증대를 위해 뉴욕주 버팔로에 있는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8억8800만달러(1조2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GM은 이번 투자가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사용되는 6세대 V-8 엔진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생산량 90%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등 지금도 사실상 미국을 위해 존재하는 공장”이라며 “서비스센터 축소에다 공장 일부까지 팔겠다니 내수는 거의 포기하려는 건가 싶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