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가 미국 스파이?…러 "불임 조장, 인구 줄인다" 난리 [세계 한잔]

2024-09-20

러시아가 제기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는 미국의 첩보 도구"란 음모론이 수년째 꺼지지 않고 있다. 미국 업체가 개발한 이 게임이 전 세계 곳곳에서 '포켓몬스터'를 발견해 잡는 방식인 데다, 5억회(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이상 내려받을 정도로 사용자가 많다는 점에서다.

'포켓몬고'는 구글 계열 스타트업인 '나이언틱'이 인기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활용해 개발한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이다. 게임 유통은 지식재산권이 있는 일본의 닌텐도 측이 맡고 있다.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에 기반한 구글 지도와 AR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의 현실 공간에 출현하는 포켓몬을 포획하고 훈련시켜 다른 사용자와 대전을 벌이는 방식으로 게임은 구현된다.

게임이 출시됐던 2016년 당시 러시아에서도 포켓몬고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와 관련, 영국 가디언은 "정치적 시위와 성소수자 권리를 위한 행진을 중단하는 데 사용되었던 러시아 법이 이 게임을 하는 군중을 제재하는 데 사용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러시아 정치권에선 이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러시아 이즈베스티야에 따르면 프란츠 클린체비치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위원회에서 "마귀(미국)가 이 메커니즘(게임)을 통해 들어와서 우리를 영적으로 내부에서 파괴하려고 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며 종교 기관, 교도소, 병원, 기타 사회시설 등에서 게임을 금지할 것을 제안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지나친 게임 중독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게임이 불임을 조장해 러시아의 인구 수를 통제한다"는 러시아 심리학자 류드밀라 폴랴노바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또 러시아 애국주의자 사이에선 "악마숭배(Satanism)의 일종"이라며 전면 금지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급기야 같은 해 일부 국가두마(하원) 선거 투표소에선 게임을 하는 시민에게 벌금형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듬해엔 러시아 정교회 건물 안에서 게임을 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러시아 블로거가 혐오 유발 및 신성모독죄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일각에선 "군사적 안보 위협"이란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타스 통신 등 러시아 언론은 스마트폰 실시간 카메라를 활용하는 게임 특성을 악용해 기밀구역을 찍거나 비밀 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며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음모"라고 조명했다.

이 주장은 미국 대선을 앞둔 올해 러시아 동맹국인 벨라루스에서도 나왔다. 벨라루스 국방부의 이념 업무 책임자인 알렉산더 이바노프는 이달 개최된 현지 방송에서 "첩보원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대상"이라며 포켓몬고를 언급했다. 그는 "당시 포켓몬스터가 가장 많이 나타났던 곳이 제50 공군 기지 영내와 활주로, 군용 항공기가 많은 곳"이라고 이유를 댔다.

반면 미국에선 오히려 러시아 측이 이 게임을 활용해 미국 정치에 개입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포켓몬고를 활용한 캠페인 '우리를 쏘지 마세요(Don't Shoot Us)'가 러시아 정부와 연계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당시 미국 사회는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 등으로 흑인 사망 사례가 잇따르자 이에 반대하는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었다. 경찰의 가혹 행위 장소를 특정해 포켓몬스터를 잡는 등 상징적인 행위를 하자는 게 포켓몬고 활용 캠페인의 내용이었다. 그래서 "러시아가 미국 내 사회 갈등을 부추기기 위해 개입한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개발사인 나이언틱은 성명을 통해 "게임 자산이 제3자에 의해 무단으로 악용된 것이 분명하다"며 캠페인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게임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공방과 음모론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폭력과 고통에 대한 평화와 신속한 해결을 희망하는 세계 공동체와 함께 한다"며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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