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조선 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 X들이 해 먹는 나라”라고 말해 큰 파문이 일었다. 이 원장의 사과에도 그의 발언은 어느 정도 공감을 얻었다. ‘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하다)’고 자조하는 인문계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을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인사·마케팅 등 전통적인 인문계 관련 부서도 이과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 중앙 부처의 경우 대부분 문과 영역인데도 지난해 5급 신규 채용자 중 이과 출신이 39%에 달했다.
‘책상물림들이 나라를 망친다’는 인식은 인문계 출신들이 행정·입법 등 국가의 주요 의사 결정을 좌우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됐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은 모두 법률가들이다. 22대 국회의 경우 의원 300명 가운데 이과 출신은 2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의대 출신이 절반 이상이다. 반면 법조인은 역대 최다인 61명에 이른다.
사실 문과냐 이과냐, 출신 성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그동안 이공계 출신들도 국회만 들어가면 ‘싸움닭’으로 돌변해 과학적 사고방식이 퇴보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과학적 사고는 증거와 이론을 토대로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비판적으로 고찰한 뒤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핵심은 자신의 가설이 틀릴 수 있고 새로운 사실에 의해 뒤집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연현상이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정치인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자신들의 도그마(독단의 신념)를 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강요한다. 기존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변화를 거부한다.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에 봉착하면 희생양을 찾거나 ‘남 탓’으로 돌린다. 비리가 들통나면 “너도 똑같다”며 역공격하거나 이념 대결로 전환시킨다. 국정감사 때 피감자들이 전후 맥락을 설명하려 들면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고 윽박지른다. 복잡한 문제에 대해 양자택일을 강요해 논리를 비약시키는 ‘거짓 딜레마’ 논리 전개 수법이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옹호 논리는 비과학적 사고방식의 압축판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검찰이 석연찮은 이유로 2심 판단을 받지 않으면서 7000억 원대 부당 수익을 국고로 환수할 길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도 사법 리스크를 덜게 됐다. 이런데도 검찰 내부의 반발을 ‘친윤(친윤석열)’ 라인의 대선 불법 개입 프레임으로 덧칠하고 있다. 상대방의 주장 대신 인물이나 집단 전체를 부정함으로써 반론 자체를 봉쇄하는, 이른바 ‘우물에 독 타기’ 수법이다.
여당은 검사장들이 검찰 게시판에 항소 포기의 경위를 밝히라고 한 데 대해 항명이라며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왜 항명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상대방 주장을 왜곡하거나 과장해 공격하는 ‘허수아비 논법’인 셈이다. 이뿐이랴. 본질적 문제를 회피하는 ‘논점 일탈의 오류’, 자신에게 유리한 사례만 제시하고 불리한 사실은 무시하는 ‘체리피킹’ 등 온갖 비과학적 논리가 동원되고 있다.
정치적 결정은 집단 간 이해가 충돌하는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과학적 진리와 달리 정답이 없다. 때로는 사회적 안정, 정치적 타협 등을 위해 비합리적 정책 결정도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논의 과정이 더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역설이 발생한다. 객관적 의사결정조차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런 마당에 국가적 중대 사안들이 진영 논리에 따라 결정된다면 정책 효과는 반감되고 사회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작동 원리와 사회 신뢰 기반을 훼손하게 될 것이다.
우리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접어드는 ‘피크 코리아’ 징후를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후발 추격형 성장 모델이 한계에 이르고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되면서 혁신을 통한 신산업 발굴만이 해답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비과학적 논리가 목소리를 키우는 사회적 풍토에서는 창조적 파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 혁신이란 현재의 지식보다 미래 지식이 더 진리에 가깝다는 겸손함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정치인들이 자신의 신념만 우선한다면 경제 체질 개선도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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