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 사태는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막힌다. 10년 이상 여기까지 꾸역꾸역 이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가족처럼 여긴다는 노조원들의 고군분투 덕분이다. 그럼에도 울산저널TV에 등록한 홈플러스 노조원들의 인터뷰 영상에 달린 댓글은 충격적이고 씁쓸하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대부분 을로 살아가는 우리는 저들의 고통을 언제든 겪을 수 있다는 것을.
Q. 소개 바란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울산본부장을 맡고 있는 손상희이다.
Q. 마트노조는 독립된 노동조합인가? 민주노총과 어떤 관계인가?
마트에서 일하는 모든 사원이 들어올 수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마트노조가 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2013년에 만들어졌다.
사모펀드의 횡포에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가족 같은 노동조합의 투쟁
Q. 김병주의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사모펀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유가 뭔가? 그리고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부정적 여파는 무엇인가?
사모펀드가 기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사서 운영할 때 엑시트 기간이 10년이고, 빠르면 5년 안에 청산하고 떠난다. MBK는 5년을 넘겨 10년까지 올 수밖에 없었고, 만기가 돌아왔기 때문에 청산해서 떠나려고 한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2015년에 들어올 때 국민연금이 MBK에 투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민연금은 노동자가 적립한 노후 자금인데, 그걸 MBK에 투자하면 노동자의 목을 죄는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국민연금에 공문도 보냈는데 결국 투자한 거다, MBK에.
MBK가 홈플러스를 청산하고 떠나려는 시도를 몇 번 했는데 우리가 투쟁으로 다 막았다. 폐점, 매각에다 작년에는 익스프레스 매장을 매각하려고 했다. 이걸 매각하면 홈플러스 기업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그러면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다고 판단해서 작년에 투쟁으로 매각을 막았다. 결국 MBK 김병주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은 것은 노조에 의해 마음대로 안 되니 결국 선택한 길이다. 법원의 손을 빌려서라도 청산을 하려는 것으로 우리는 보고 있다.
홈플러스 126개 매장 중에 자산으로 갖고 있는 게 58개이고, 68개가 임대 매장이다. 다 팔아먹은 거다, 땅을.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임대료로 돌린 건데, 부동산을 산 사람들이 임대료를 평균치보다 훨씬 많이 받아 간다. 자산으로 갖고 있을 땐 흑자 매장이었는데 (높은) 임대료를 주다 보니 적자로 돌아서게 되는 거다.
68개 매장의 매각 대금은 MBK 김병주의 개인 호주머니로, 국민연금과 투자자들은 회수 불투명
Q. 68개의 매장을 판 매각 대금은 어디로 갔나?
우리가 알기로 김병주에게 갔다고 본다. 매장마다 가격이 다 틀리는데, 내가 알기로 울산 남구점만 해도 2천몇백억에 팔았다고 알고 있다. 매장 서너 개만 팔아도 1조 원이다.
10년 동안 자산 유동화 명목으로 매장을 판 뒤 임대료를 점포에서 부담하게 했다. 김병주 개인 부담은 하나도 없다. 단 1도. 홈플러스가 그 빚을 몽땅 지고 간다. 10년 동안 쌓인 빚이 어마어마하다. 빚에 빚을 내다보니 신용등급이 자꾸 떨어지고, 돈만 가져가고 매장에 투자 자체를 안 하니 고객들은 떠나간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 매장이 너무 달라졌다. 옛날에는 상품 수도 수백 가지로 종류가 많았는데 지금은 상품 종류가 별로 없어서 고를 것도 없고, 그러니까 매출이 떨어지면서 빚에 대한 부담은 자꾸 커진다. 팔았으면 재투자해야 하는데 그 돈은 어디로 갔는지.
Q. 국민연금 돈은 갚았나?
우리가 궁금한 게 그거다. 지금 당장 홈플러스를 다 처분해도 4조라는 돈이 남는다고 했다. 그럼, 우리 노동자들의 임금과 퇴직금은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이건 1순위라고 그랬다.
그러면 2순위가 뭐냐. 금융권, 그리고 채권자들, 이런 순으로 가는데, 투자한 돈은 어떻게 되냐니 맨 마지막 순이란다. 그 4조에서 남는 게 없으면 국민연금이 받을 게 없는 거다.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 밟기 직전에 국민연금에 주는 구조를 바꿨다고 한다.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들었다. 얼마나 기가 막히는지, 국민이 알아야 한다. 국민이 낸 세금이고 노후 자금인데, 고갈되고 있다면서 대책도 없이 사모펀드 이런 데다 돈을 투자하고 회수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연금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함께 주장하고 있다. 다른 투자자들도 후순위라서 투자금을 못 받을 수도 있어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채권단에서 1순위인 메리츠증권에서도 1조2000억이 들어와 있는데, 연간 이자가 14퍼센트이고 배당금이 13퍼센트이다. 임대료가 8퍼센트이고. 10년 동안 누적되면서 이 지경까지 온 거다.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는 부도를 막기 위해서 회생 신청했다고 하더라. 우리는 김병주가 애초에 약속했던 재투자 1조를 투입하면 홈플러스가 정상화할 수 있다고 본다.
Q. 노조에서는 임대료를 내는 매장을 없애는 게 낫다고 보는가,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리는 단 하나라도 없애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폐점하게 되면 기업 가치가 떨어진다. 현재 홈플러스가 우리나라 유통업계 2위다. 이마트 다음으로. 매장 개수가 줄어들면 롯데 다음인 3위 또는 더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순위가 밀려나면 (전체 매장이 타격을 입는다.)
Q. 적자가 심하면 매장을 정리하는 게 낫지 않은가?
적자는 고객의 발길이 돌아선다는 건데, 투자하면 고객들이 찾는다. 울산에 점포가 4개다. 중구, 남구, 북구, 동구. 이 중에 투자를 제일 많이 하는 데가 중구의 울산점이다. 수시로 투자해서 내부를 바꾸는데, 고객이 많이 온다. 여기 매출이 전국 탑 25위 점포에 들어간다.
홈플러스 대표는 비싸게 팔아놓고 임대료 후려치기 중, 결국 파산을 유도하는 셈
Q. 중구 울산점은 임대인가, 자가인가?
울산은 모두 임대이다. 자가로 있다가 다 팔았다. 북구는 폐점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현재 68개 임대 매장 중에 지자체 거인 7개를 제외한 61개는 임대료 후려치기하고 있다. 30퍼센트에서 50퍼센트까지. 임대료를 100퍼센트 주고 있다가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우리가 이렇게 힘드니 너희도 임대료 다 받지 말아라, 너희도 회생 신청해라, 이런 거지.
이 매장들을 팔 때 비싸게 팔았다. 매입자가 비싸게 산 이유는 임대료를 그만큼 더 많이 받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500만 원짜리 땅을 1000만 원에 사고 임대료로 몇십 년 동안 더 많이 뽑아 먹게 하는 거다. 홈플러스는 한 번 계약하면 20년, 30년 가니까. 울산점의 경우 월세가 10억이라고 할 때 30년 동안 매달 10억 원씩 받아서 구매 대금을 채운다.
그런데 10억을 안 주고 5억만 줄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데, 구매자는 매달 10억 원 받는다고 생각하고 산 건데 5억만 받으라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없지. 그러니 협상이 될 리가 없고, 협상이 안 되니 폐점하겠다면서 계약 해지 통보가 온 거다. 한꺼번에 17개 매장에.
Q. 각 점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나, MBK가 전체를 소유하고 있나?
MBK 소유고, 각 점포에 점장이 있다. 팔아치운 것도 MBK이고, 임대료 후려치기하고 다니는 것도 MBK 김광일이다. 김병주는 대주주고, 그 밑에 있는 김광일 부회장이 홈플러스 대표이다. 돈 못 주겠으니 해지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는 거고, 결론은 문 닫겠다는 거다.
Q. 68개 임대 점포 중 7개가 지자체 소유라는 건 무슨 말인가?
예를 들어 부산 사직구장에 아시아드점이 있는데, 거기는 나라 땅이라 돈 주고 살 수 없으니 50년 계약으로 들어가 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데라서 안 준다, 이런 말은 못 한다.
MBK 김병주 회장과 홈플러스 대표는 친족 관계로 추정
Q. MBK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은 무슨 관계인가?
친형제는 아니고, 어쨌든 가족이다. 우리가 옛날에 족보를 캐본 적이 있는데 지금 기억을 못 하겠는데, 일가친척이던가 하여튼 가족 관계로 돼 있더라.
Q. 며칠 동안 단식을 했다던데.
4일. 지난 5월 1일부터 우리 조합원들이 범국민대회를 하면서 그날을 시작으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위원장이 19일 동안 단식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 본부장들은 4일씩, 지회장들은 1박 2일씩 릴레이로 단식을 이어오고 있다.
종로에 농성장을 만들어서 해왔는데 오늘(5월 29일) 농성장이 뜯겼더라고. 지난번에도 뜯길 때 종로구청에서 용역들 데리고 와서 강제로 뜯는 과정에 간부들이 손가락이 잘리고 갈비뼈가 부러졌었다. 이 건으로 국회에서 청문회도 열렸다. 오늘도 용역들이 천막을 철거했다고 한다.
Q. 노동자들이 단식까지 하면서 요구하는 사항이나 목적은 뭔가?
첫째, MBK가 책임져라. 김병주가 책임져야 한다. 이 사태를 만든 게 김병주다. 자산 유동화로 홈플러스를 매각하지 않았다면 임대료가 이렇게 높게 책정되지 않았을 거고, 이 사태까지 오지 않았다. 결론은 김병주가 투자하기로 했던 1조로 빚을 갚는다면 홈플러스를 살릴 수 있다. 자기 자산을 들이면 충분히 정상화가 가능하다. 이게 첫째로 요구하고 있는 거고.
두 번째는 정부다.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져라. 홈플러스가 전국에 한두 개 있는 슈퍼마켓이 아니라 지역마다 몇 개씩 있지 않나. 울산만 해도 4개이고. 익스프레스 매장은 울산에 5개밖에 없지만 다른 데는 수십 개다. 경기도는 대형마트만 수십 개이고.
여기가 문을 닫으면 노동자, 임대 매장, 업체 등 10만의 노동자가 길거리로 나 앉는 건 한순간이다. 이런 대규모 실직 사태와 폐점이 지역과 국가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국민연금 책임이 크다. 6천억을 투자했으니 거둬들여야 한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라.
지금 국회에 요구하는 게 있다. 김병주 청문회 열어라. 죄를 묻고 처벌하라고 요구해 왔다. 여야 합의로 청문회 개최를 하기로 했는데 국민의힘이 발을 뺐다. 어제(5월 28일)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 사무실 앞에서 집회한 이유가 그거다. 담당 위원회 위원장과 간사가 국민의힘인데 이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어서 청문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Q. 김병주 개인이 1조를 재투자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면 이 난국이 타개되나?
처음 들어올 때부터 1조 투자하기로 했는데 안 하고 있다. 그 약속만 지켜도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Q. 국민연금 투자금 6천억과 이자를 포함한 1조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진다면 국가가 빚 돌려막기하는 것 아닌가?
그 부담을 국가가 지게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의 막대한 자금이 걸려 있는 거니 김병주를 압박하라는 거다.
홈플러스 사태에 관한 기사와 영상 댓글 상당 부분은 노조원들을 공격하는 내용
Q. 이전에 홈플러스 지부장들이 연속 인터뷰를 하고 그 영상이 울산저널TV에 올라갔는데 댓글이 충격적이었다. 노조원들을 비난하는 내용들 봤나?
우리 마트노조를 시민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 시선이 안 좋다. 10만 서명받는다고 밖에 나가 있으면 너희 때문에 망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왜, 왜 이게 우리 때문에 망하는 건가. 우리는 폐점하는 거 막으려 했고, 매각하는 거 막으려 했는데 왜 우리 때문에 망하는 거냐고. 그런데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정치 투쟁을 좀 많이 한다. 말하자면 윤석열 탄핵 투쟁을 우리가 제일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타깃이 됐는지 점포에 와서 욕하고 손가락질하고. 우리가 탄핵 배지를 달고 일을 하고 있었다. 매장에 와서 빼라면서 직접적으로 대놓고 막 그렇게 한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빼기도 했다.
처음에 윤석열 대통령이 들어왔을 때 우리하고는 완전히 적이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계속 투쟁한 거다. 2년이 넘었다. 결국 탄핵했지만 윤석열 지지자들은 우리를 보면 욕하는 거다. 서울에서는 난리가 아니었다. 극우들이 매장으로 들어와 막 다니면서 개인 정보를 인터넷에 사진과 빨갱이라고 올리고, 우리 많이 당했다. 우리가 그렇게 많이 싸우니까 사람들 눈에 안 좋게 보였겠지. 우리가 뭘 해도 댓글이 좋지는 않다. 정말 싫어하는 사람들 있다. 감안하고 있다.
홈플러스 마트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탄핵 운동을 벌여왔다
Q. 윤 전 대통령과 왜 적이 됐나?
윤 대통령이 들어오면서 처음 한 게 뭐냐면 마트 노동자들의 의무 휴업 폐지였다. 우리가 좋아할 수가 없지. 이전에도 우리는 한 달에 딱 두 번 놀았다. 의무 휴업. 전체 문 닫는 거. 일요일에 두 번.
법적으로 이틀 모두 일요일인데 울산은 하루였다. 기초단체장에 따라 다르다. 동구 같은 경우는 두 번 모두 일요일에 쉬었는데 남구, 중구, 북구는 국민의힘이다 보니까 일요일 하루, 평일 하루, 이렇게 쉬었다. 근데 이것마저도 윤석열이 폐지한다고 했다. 그때부터 우리가 싸우기 시작해서 2년이 넘었다.
원래 서울도, 부산도, 대구도 전부 일요일에 다 쉬었다. 근데 윤석열이 말 한 번 딱 내뱉고 난 뒤부터 돌리기 시작하는 거다. 평일로. 나중에는 의무 휴업 자체를 폐지하고 24시간 (운영하겠다고 했다.)
옛날에는 대형마트가 24시간 운영했다. 그러다가 노동자들의 야간 근로가 힘들다고 해서 유통법으로 폐지하고 밤 12시까지만 영업하는데 이것도 없애겠다고 윤석열이 이야기한 거지.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었고, 그때부터 계속 싸우는 거다.
우리가 피켓 시위를 계속하니까 원상 복귀됐는데, 갑자기 홍준표 대구시장이 기업들을 모아놓고 내가 (의무 휴업 폐지를) 하겠다고 한 거다. 그걸 우리가 알게 돼서 찾아갔다가 경찰과 싸우기도 하고, 그게 재판으로 이어져서 아직 진행 중이다. 2년이 넘도록 싸우고 있는 거다, 홍준표 시장 때문에. 6월 초중순쯤 재판 결과가 나온다.
홍준표 때문에 시작된 재판, 6월 중 2년 만에 결과 나온다
Q. 가족들은 노조 활동에 대해 어떤 반응인가?
아무래도 어렵다. 2013년도 홈플러스 노조 생기면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11년이 지났다. 난 처음부터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노동조합 만드는 자체가 쉽지 않았지만 만들어지자마자 들어갔다.
홈플러스에 입사할 당시엔 삼성이었는데, 엄청 좋은 대기업에 입사한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서 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최저임금에, 단시간 노동제에, 밤낮없이. 보통 연령대가 40대, 50대 여성 노동자들이 많았고, 관리자들에게는 누나뻘, 엄마뻘 되는 사람인데도 막말하고 그런 게 많아서 노동자들 자존감이 팍팍 떨어졌다. 도대체 우리가 왜 이렇게 당하고 살아야 하나 했다.
옛날에는 여자들이 집 밖에 오래 활동하고 밤늦게 들어오면 (반응이 별로 안 좋은데) 우리 아저씨는 반대하지 않았다. 노동조합 만들고 그 일을 하려고 했을 때 물어보니 할 수 있으면 하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처음부터 반대했다면 힘들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지금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노조 활동을 시작할 때 애들이 어렸다. 그땐 애들이 엄마가 이런 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왜 엄마가 나서야 해? 그래서 다 너희를 위해서 이렇게 한다, 엄마가 지금 안 하면 너희가 컸을 때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지 않겠냐, 하고 이해를 시키지. 지금은 10년이 지나니 우리 엄마 원래 그런 사람이야, 하고 우리 애들도 다 포기했다.
노동조합원들의 연대감 밀도 높지만, 동료들로부터 상처도 많이 받는다
Q. 동료 간에 연대 밀도가 굉장히 높은 것 같았다.
우리는 시작할 때부터 같이 시작해서 (연대감이) 무척 높다. 한 명도 안 빠지고 동고동락을 10년 넘게 같이 했으니까. 가족보다도 같이 있는 시간이 더 많다.
홈플러스 노동조합 하면서 좋은 일 나쁜 일 함께 겪으며 홈플러스 안의 많은 걸 바꿔왔다. 투쟁하고 승리하고 변화를 함께 느끼면서 동지애가 끈끈하다. 직을 맡았다가 그만두면 멀어지기도 하는데 우리 울산만큼은 직을 내려놔도 내 일처럼 동참한다. 쭉 한 가족 같다.
노동조합 하기 전에는 뿔뿔이 흩어진 개인이었다. 노동조합 하고 나서 제일 좋은 건 직원들을 다 알게 된 거다. 그전엔 부서 사람들만 알았고 수백 명이 같이 일을 해도 누가 누군지 몰랐다. 그렇게 소통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이런 분위기가) 전국이 울산과 똑같았다면 벌써 (노동자들이 원하는 대로) 뒤집어졌겠지. 울산이 점포 개수에 비해 노동조합 조직 수가 제일 많고, 활동도 제일 왕성하게 한다. 이번에 10만 서명 운동 받는 것도 2만을 우리가 받았다. 점포 수가 제주도 빼고 전국에서 제일 적은데도.
Q. 노조 활동하면서 동료 때문에 상처받은 적은 없나?
많지. 누구에게 물어봐도 없을 수가 없는 게 이 일이다. 알지 않나, 노동조합을 누구나 다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걸. 있으면 좋지만 나서는 건 싫은 거다. 그런 과정에서 상처 많이 받았다.
근데, 나만 나가서 투쟁해야 해? 너희는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거야? (이런 생각 드는 상황이) 너무 많다 보니까 활동하는 간부들이 상처를 되게 많이 받지. 지금 홈플러스를 땡처리하듯이 없앤다고 하는데도 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는 거지.
Q. 울산저널 독자들에게 바라는 말.
우리가 지금 아주 힘들게 투쟁하고 있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은 많은 시민이 관심 가지면서 서민 경제 중심인 홈플러스를 같이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면 좋겠다. 우리가 그 힘을 받아서 홈플러스를 꼭 지키겠다고 약속한다.
이민정 기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