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들이 지난해 8월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의 거래 중단에 따른 피해를 투자자에게 보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안을 들여다보던 금융감독원도 원장 공백으로 관련 업무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의 시스템 복구 지연으로 발생한 피해를 투자자들이 떠안게 된 상황이다.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016360)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지난해 8월 발생한 해외주식 주간거래(데이마켓 오전 10시~오후 4시 30분) 매매지연은 현지 중개기관인 블루오션의 일방적 거래 취소에 따른 정규시장 거래지연으로 보상 검토는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단서 조항에 명시된 과실이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지속되자 보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 밖에 NH투자증권(005940), 키움증권(039490) 등 국내 다수의 증권사들도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들이 보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당국마저 뚜렷한 이유 없이 처리를 사실상 중단했다. 지난해 사고 직후 금감원은 100건 이상의 민원을 받았고 피해액은 총 6300억 원 이상 이라고 밝혔다. 당시 금감원은 자본시장감독국과 금융민원국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증권사와 투자자 간 자율조정을 우선 추진하는 등 투자자 불만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조사를 진행하는 등 증권사와 소통을 이어오다가 최근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정권 교체 시점에 기관장이 공백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 주간 거래는 지난해 8월 5일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다른 자산에 투자)가 청산될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중단됐다. 국내에서는 블루오션이란 ATS를 통해 주간 거래를 해왔는데 주문량이 급격히 증가하자 블루오션 측에서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 블루오션의 거래 중단 이후 각 증권사는 시스템 복구에 많게는 1시간 이상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 복구는 데이마켓 뿐만 아니라 프리마켓(오후 6시~11시 30분)까지 이어지며 투자자들은 매매를 하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의 시스템 복구가 지연되며 폭락장에 대응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이 영향으로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주간 거래가 현재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르면 내년부터 풀릴 전망이다. 나스닥 측은 내년 하반기부터 주식 거래 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도 24시간 미국 주식 거래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