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 이민자 체포·추방에 반발해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LA 중심가의 일본인 거리 ‘리틀 도쿄’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4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시위가 열리는 곳은 미국프로야구(MLB) LA다저스타디움 인근으로, 이 한켠에 리틀 도쿄가 위치해 있다. 시위가 격화되자 LA시가 10일(현지시간)부터 도심 일부에 야간 통행금지령(오후 8시∼다음날 오전 6시)을 발령, 상당수 업소가 황금 시간대에 문을 닫아야 했다.

미국 전역에서 가장 오래된 라멘집으로 알려진 고라쿠의 사장 도쿠다 마모루씨는 요미우리에 “매상이 5분의 1로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시위대 일부가 스프레이 낙서를 하는 것을 제지하려다 봉변을 당할 뻔한 일도 있었다. 그는 “평화적인 시위도 많은데 일부 과격한 사람들이 일을 망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틀 도쿄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일본인 거리다. 음식점을 중심으로 수백 곳의 일본인 상점이 있다. 최근에는 가게 유리창을 부수고 물건을 훔쳐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어 대부분 상점이 약탈 피해를 막기 위해 창에 판자를 덧대는 형편이다.
미야코호텔 LA는 6월 이후 취소된 숙박 예약이 수백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 호텔 총지배인은 “가동률이 전년 동월 대비 절반으로 떨어져 매우 어렵다”며 “하루 빨리 사태가 진정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LA에서 시작된 반(反)이민단속 시위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인 14일 미 전역의 ‘반트럼프 시위’로 번졌다.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이기도 한 이날 수도 워싱턴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진행된 가운데, ‘트럼프는 왕이 아니다’라는 의미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각지에서 열린 것이다.
미국 독립 혁명의 상징 도시인 필라델피아에서 10만명, 뉴욕 5만명, LA 2만5000명이 운집해 시위를 벌이는 등 전국 2000여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인디비저블(Indivisible),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진보성향 단체가 주도한 이번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최대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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