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보시면 출력이 갑자기 36%로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발전량과 전기 수요의 변화에 맞춰 소형모듈원전(SMR)이 스스로 발전량을 조절한 것입니다.”
2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기후산업국제박람회 2025’에서 만난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시뮬레이터 화면을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24시간 최대 출력으로 운영해야 하는 대형 원전과 달리 SMR은 빠르게 출력을 조절할 수 있어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전력망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수급 조절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데 머지않아 SMR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는 한수원과 한국전력공사는 물론 삼성·현대·SK·두산·효성 등 국내외 54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인공지능(AI) 에너지 미래 기술을 선보였다. 부산에서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 기간에 맞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장관 회의와 청정에너지장관회의(CEM)도 함께 열리고 있다.

효성은 이재명 정부의 공약인 에너지고속도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선보였다. 지난해 7월 경기도 양주변전소에 200㎿ 규모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설비를 설치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 2GW 규모의 설비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2030년까지 갖추겠다는 것이다. 변환설비는 직류와 교류를 바꾸는 장치다.
LS전선 역시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에 맞춰 초고압 송전선 기술을 한 단계 높일 방침이다. 최근 LS전선은 525㎸급 HVDC 케이블 상용화에 성공했는데 전압 규모를 보다 높여나갈 계획이다. LS전선은 한 선로에 세 다발의 구리선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해상풍력 전용 고압송전선로를 박람회에 내놓기도 했다.

수소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은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1㎿·10㎿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설비와 인산형 연료전지(PAFC),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장비 모형을 전시했다. 수전해 설비가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라면 연료전지는 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만드는 장치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만든 전기를 수소의 형태로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필요한 양만큼 다시 전기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PAFC의 경우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난방용으로 공급할 수 있어 열 효율이 90%에 달한다.
두산은 기존 LNG 발전소를 수소 터빈 발전소로 바꿀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지금도 LNG와 수소를 절반씩 섞는 방식이 가능한데 수소 비중을 1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기존 LNG 발전소의 터빈 전체를 교체할 필요 없이 부품 중 하나인 연료주입기만 바꾸면 수소 전용 터빈으로 쓸 수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람회에 참석한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우리는 향후 에너지 지형을 재편할 ‘전기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며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 증가는 많은 국가에 상당한 시장과 경제성장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비롤 총장은 “AI로 전력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전력망 및 저장 시설에 대한 투자는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신속하게 확장하면서도 에너지고속도로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매우 환영할 만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원전 산업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비롤 총장은 “한국이 ‘온타임 온버짓’으로 원전을 지을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은 이제 전 세계가 다 안다”며 “원전 산업에서 한국은 명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역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한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시공·운영 능력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