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권용희 기자ㅣ디에이치엑스컴퍼니(옛 엔에스엔→에스유홀딩스)의 전환사채(CB) 발행이 연거푸 지연되는 가운데 수십억원을 넣겠다는 대주주가 페이퍼컴퍼니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거래정지 등 한계기업에 돈을 넣겠다고 공언한 뒤 철회를 반복했던 조합이 납입 대상자에 이름을 올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연되는 자금 조달..대주주는 어디에
16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디에이치엑스컴퍼니의 총 200억원 규모 CB 납입이 재차 미뤄졌다. 이는 현 시가총액(146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최초 납입 예정일은 지난 1월이었지만 수차례 늦춰지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32, 33회차 CB 발행을 예고했다. 납입 대상자는 포퓨쳐개발, 혜산1호조합, 더시크릿투자조합1호, 올로로 각각 50억원을 넣겠다고 공언했다. 32, 33회차 CB는 모두 표면이자율은 없고 만기이자율은 2%다. 전환가와 최저조정가도 941원, 659원으로 동일하다.

아울러 32, 33회차 CB의 전환 가능 주식 수는 각각 1062만여주로, 발행주식 총수(1717만여주)의 60%가 넘는다. 이에 두 CB가 모두 전환될 경우, 상장 가능한 신주 수는 발행주식 총수를 훌쩍 뛰어넘으며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수십억원을 넣겠다고 밝힌 디에이치엑스컴퍼니의 대주주 포퓨쳐개발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서울 강남구 소재 등록 주소지를 방문했지만 빌딩에 이름만 올려놓았을 뿐 실질적인 영업활동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건물 관리인은 "포퓨쳐개발이라는 회사는 처음 들어본다"며 "비상주 업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퓨쳐개발은 지난 2021년 설립된 법인으로 대표에 이름을 올린 곽경숙 씨는 디에이치엑스컴퍼니 측에 꽃을 납품하는 업체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더뉴스와의 통화에서 곽 씨는 "회사에 꽃을 납품하는 꽃집 업체"라며 "얘기만 전해들었지 직접적으로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업체 임원이었던 박찬하, 최윤근 씨는 각각 재작년, 지난해 사임했다. 이 중 박 씨는 과거 엑시온그룹(옛 아이에스이커머스), MIT(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현재 거래정지), 지더블유바이텍(현재 거래정지), 국보(현재 거래정지), 메디콕스 등 한계기업에서 두루 활약했고, 최 씨 역시 과거 경남제약, 휴센텍(현재 거래정지) 등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다.
이와 함께 50억원을 넣겠다고 예고한 올로라는 법인은 핸드폰 케이스 관련 업체로 확인됐다. 이 법인은 매년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재작년 말 기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올로는 지난 2020년 자본금 1000만원에 설립된 법인으로 주요 인물에 최창수, 조승석씨가 등재돼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등록 주소지를 방문했지만 담당자를 만날 수 없었다. 올로 관계자는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며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납입 공언→철회' 상습적 패턴
이런 가운데 또 다른 CB 대상자인 더시크릿투자조합1호는 코스닥 한계기업 자금 조달 과정에 이름을 올렸다가 돈을 넣지 않는 패턴을 반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더시크릿투자조합1호는 지난 2022년 지더블유바이텍 50억원 규모 CB 발행 대상자였다. 하지만 납입은 수차례 지연됐고, 지난해 회사는 CB 발행을 철회했다. 이에 거래소로부터 벌점 5점을 부과받았고, 같은해 누계벌점 15점 이상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이 조합은 재작년 비유테크놀러지(현재 거래정지)의 100억원 규모 CB 발행에 참여하겠다고도 밝혔지만 납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해 CB 발행을 철회했고, 비유테크놀러지는 같은해 의견 거절 등을 이유로 거래가 정지됐다.
디에이치엑스컴퍼니 CB 대상자인 혜산1호조합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조합은 지난해 오르비텍의 10억원 규모 유상증자 대상자였다. 하지만 납입은 이뤄지지 않았고 대상자가 변경됐다.
아울러 회사는 지난해 혜산2호조합이라는 곳에 28회차 CB 10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이 조합의 주요 출자자에는 혜산1호조합 주요 인물인 박찬호 씨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앞서 회사는 10대 1비율의 무상 감자를 진행해 최저조정가(735원) 보다 전환가를 더욱 낮출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실제로 CB 전환가는 7350원에서 1503원으로 변경됐고, 같은해 5월 전환 청구권이 행사됐다.
공시 전 이상 급등..분주한 머니게임 준비?
이런 가운데 디에이치엑스컴퍼니의 주가가 이상 급등락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11월 말 900원대를 형성하던 주가는 12월 들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상한가를 기록한 다음날 회사는 사내이사 후보와 함께 영화 관련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는 내용의 주주총회소집결의를 공시했다. 해당 공시는 장 마감 이후에 나왔지만 당일 주가는 이미 20% 넘게 오른 상태였다.

차익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는 1000원대까지 곤두박질쳤지만, 재차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17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주가는 800원대까지 흘러내리며 롤러코스터를 탄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2월 23일 소수계좌 매수관여 과다를 이유로 투자주의 종목에 지정했다.
한편, 디에이치엑스컴퍼니의 실적 부진은 장기화하고 있다. 재작년 매출액은 113억원을 기록한 반면, 순손실은 325억원으로 매출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87억원, 62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결손금은 523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디에이치엑스컴퍼니 측에 수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