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아이콘서 중소핀테크 포식자로... 윤호영 카뱅 대표 초심 잃었나

2025-03-19

사업 확장 청신호, AI 금융은 시중은행 비교 적신호

중소핀테크기업 기술 모방 적중, 플랫폼 수익 34% 채워

몸집 불리기 맛본 카뱅, 기술 혁신보다 사세 확장 집중

"1인 태스크포스로 카카오뱅크의 설립 단계부터 참여한 통찰력 있는 금융·정보기술(IT) 융합 전문가"

"재임 기간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국내 금융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5연임을 추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평가다. 윤 대표는 사업 초창기 1인 TF(태스크포스)를 통해 혈혈단신으로 카카오뱅크를 탄생시킨 인물로 알려졌다. 당시 기업 내에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어 TF 지원자가 전무했다는 후문이다.

이제 카카오뱅크는 지방은행을 뛰어넘는 연간 순이익 4000억원 대의 인터넷은행으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카카오뱅크는 벤처정신으로 혁신금융의 길을 달려왔지만, 점점 레거시 금융(전통 금융)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에 직면했다. 금융·IT 융합 전문가로 통하는 윤 대표의 어깨도 임기가 길어질수록 더 무거워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초창기, 윤호영 대표는 금융 고객의 니즈를 IT 기술과 접목시켜 혁신적인 디지털 금융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카카오뱅크는 금융권 최초로 공인인증서 없는 뱅킹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번거롭고 귀찮았던 시중은행의 공인인증서 환경을 카카오뱅크가 자체 인증 기술을 통해 극복시켰다. 금융 고객 입장에서는 발상의 전환을 이끈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 자체 인증서를 출시해 각종 금융·공공기관에서 필요한 본인인증 절차를 빠르고 편리하게 개선했다.

벤처정신을 앞세운 카카오뱅크는 출시하는 상품에서도 혁신성을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가입자 수가 약 229만명에 달하는 카카오뱅크 mini 카드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카뱅 내 한 비즈니스 기획자의 막내 처남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카카오뱅크 mini 카드는 7세부터 18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선불전자지급서비스다. 당시 기획자가 자기 명의의 카드를 가지고 금융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의 니즈를 발견했고, 카카오뱅크는 이를 상품으로 연결시켰다.

미성년자가 체크카드를 발급하려면 여러 증명서를 가지고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야 한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은 은행 계좌 개설이나 연결이 필요 없어 휴대폰 본인 인증만으로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 카카오뱅크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계좌 개설 없이도 이체나 출금 등 체크카드와 동일한 이용 경험을 제공했다.

카카오뱅크가 2018년 국내은행 중 처음 출시한 모임통장도 혁신금융의 대표적 사례다. 여러 명이 한 계좌를 함께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함으로 각종 친목 동호회 모임 회계 관리가 편리해졌다.

카카오뱅크가 선보인 혁신 기술들은 눈에 띌 정도로 고객의 선택을 받았고, 이는 탄탄한 수익으로 이어졌다.

카카오뱅크 고객은 2017년 첫 설립 당시 18만 7000여명에 불과했지만 불과 약 7년 만인 2024년 기준 2488만명으로 증가했다. 윤 대표가 이끈 카카오뱅크는 출범 2년 만인 2019년 13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흑자전환을 기점으로 카카오뱅크는 매해 역대급 순이익을 달성했다. 2020년 1136억원, 2021년 2041억원, 2022년 2631억원, 2023년 3549억원, 지난해에는 4401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이자 수익은 2조 5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으며, 비이자수익도 전년대비 25.6% 오른 8천891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는 지방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큰 부산은행을 실적에서 앞질렀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순이익은 부산은행 4106억원과 비교하면 7.2%(약 300억원 정도) 더 높은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10년 간 성장을 지속했다. 숨가쁘게 달리며 몸집을 키우는 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의 정체성이 약화됐다는 업계의 평가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정체성은 벤처 유전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카뱅의 영업 전략은 시중은행의 성장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2조 6250억원으로 전년(9조 1380억원) 대비 38% 급증하며 가파르게 성장한 반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잔액은 4조 9000억원으로 전년(4조 3000억원)대비 13% 증가하는데 그쳤다.

혁신금융을 외쳤던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을 수 있었던 명분인 중저신용자 대출에서 은행에 안정된 수익을 보장하는 주택담보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성장 궤도에 오르자 인뱅 본연의 책임을 잊고 수익 확대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발표한 성장 중심의 밸류업 전략만 해도 공격적 영업을 통한 이익 확대에 목표가 맞춰져 있다.

2027년까지 ▲고객 수 3000만 명 ▲자산 100조 ▲수수료·플랫폼 수익 연평균 20% 성장이라는 중장기 사업 목표를 제시했다. 성장 밸류업 전략의 핵심은 역시 수익이다. 올해 윤 대표가 직접 챙겨보고 있는 사업도 태국 리테일 사업 진출이다.

카카오뱅크가 주력하겠다고 밝힌 수수료플랫폼 수익도 시작은 중소 핀테크 기업의 혁심금융을 모방하면서 시작했다는 지적이 업계 내에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이 수익원의 원천은 중소 핀테크 기업이 시작한 혁신금융서비스다. A사는 자사 AI 기반으로 2019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대출비교 플랫폼 앱을 1호로 시작했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 12월 뒤늦게 대출비교 플랫폼에 뛰어든 후발주자다. 카카오뱅크는 인뱅으로서의 입지, 계열사 시너지, 자본력으로 생태계 포식자로 자리매김 중이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수수료·플랫폼 비즈니스 수익으로 지난해 3017억원을 벌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효자 서비스는 '대출비교 서비스'다. 대출비교 서비스 수익이 플랫폼 수익의 34%를 차지했다. 신용대출 비교하기 서비스를 통해 실행된 대출금은 지난 2023년 4분기 1790억원에서 1년 사이 1조 1120억원으로 증가했다. 521% 성장률이다.

이익 확대의 가능성을 본 카카오뱅크는 제휴사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비교 서비스 상품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핀테크 기업에서는 "빅테크들이 말로만 혁신을 외치지 내부 상권 침투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내 인터넷은행의 혁신은 이제 시중은행 대비 상대적인 혁신일 뿐 핀테크 본연의 혁신은 아니다"고 지적한다.

정작 시중은행과 비교해 혁신성이 크게 보이지 않는 것도 윤호영 대표가 해결할 과제다. AI와 접목시킨 금융 서비스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건 시중은행들이다. 시중은행은 1년 전부터 생성형 인공지능 AI 기술을 통해 자산투자를 추천하는 '로보어드바이저'나 금융상담을 제공하는 'AI뱅커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카카오뱅크는 이목을 끄는 접목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다. 카카오뱅크의 AI기술이 중점적으로 활용되는 영역은 인공지능 기반 고객센터(AICC) 정도다.

카카오뱅크 측은 AI 기술이 접목된 금융 서비스와 관련해 뾰족한 혁신 기술을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는 IT를 떠나 자산관리의 영역"이라며 "카카오뱅크는 펀드 상품이 나온지 1년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기술 혁신 분야에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인공지능(AI) 분야 선도 은행이라는 포부를 내놓은 상태다.

권태훈 카카오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2월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가 오픈AI와 협업을 발표한 만큼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와 함께 서로의 혁신적인 기술과 금융 전문성을 결합해 AI 네이티브 뱅크로의 협력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호영 대표는 "카카오와 함께 금융 전문성을 결합해 AI 네트워크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오픈AI를 활용해 대화형 금융 계산기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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