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신동현 기자] 국내 게임업체들의 해외 엔진 사용이 계속되고 있다.
펄어비스를 제외한 넥슨·크래프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유니티와 언리얼 같은 해외 상용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이 두 엔진은 상용 게임 개발 플랫폼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자체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자체 엔진은 개발 기간과 유지 관리 부담이 크고, 개발자 수급과 협업 측면에서도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해외 상용 엔진에 비해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 2025(Game Developers Conference) 현장에서 자체 개발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BlackSpace Engine)'을 시연했다. '검은사막' 시절부터 자체 엔진을 사용해온 펄어비스는 이번에도 신작 '붉은사막'에 자사 엔진을 적용하며 기술 자립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펄어비스는 시연회에서 품질과 효율성, 영업비용 등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GDC 시연에서 공개된 블랙스페이스 엔진의 기술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거리 기반 렌더링, 심리스 로딩, 실시간 조명 및 물리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기능이 집약됐으며, 북미 주요 매체들은 "가장 아름다운 엔진 중 하나", "최근 본 기술 중 최고 수준"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펄어비스는 고퀄리티 그래픽 구현, 예측 가능한 비용 구조, 빠르고 효율적인 개발, 대규모 업데이트 대응 등이다. 특히 상용 엔진 사용 시 발생하는 로열티 문제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넥슨, 크래프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여전히 유니티나 언리얼 같은 상용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인력 수급과 개발 효율성”을 가장 먼저 꼽는다. 한 관계자는 “자체 엔진을 사용하면 신입 개발자가 새로 배워야 하고, 유지 보수에도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며 “반면 언리얼이나 유니티는 이미 많은 개발자들이 익숙해 채용과 교육 부담이 적고, 개발 속도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언리얼5 기반’이라는 문구만으로도 게이머는 고품질 그래픽을 기대한다. 반면 자체 엔진은 낯설고 신뢰도 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용 엔진은 생태계와 기술 지원이 잘 갖춰져 있어 플러그인과 툴셋도 풍부하다”며 “자체 엔진은 기술적 자유도는 있지만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고 전했다.
게임 개발이 보통 소규모에서 시작되는 현실도 상용 엔진 선택의 이유다. “작은 팀으로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시장 반응을 보려면 이미 완성된 상용 엔진이 훨씬 유리하다”는 의견이다.
결국 비용과 인력, 조직 유연성 문제로 수렴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체 엔진만 써본 개발자는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 어려워지고, 외부 인력 유입도 제한된다”며 “상용 엔진은 채용 생태계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 게임 전문가는 "언리얼과 유니티는 전 세계적으로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배우기 쉽고, 결과물도 검증돼 있다"며 "자체 엔진은 개발 자체도 어렵고, 유지 보수와 내부 전파까지 많은 리소스가 든다"고 했다. 이어 "해외 대형 게임사들은 최적화 목적에서 자체 엔진을 쓰기도 하지만 국내에선 언리얼이나 유니티와 같은 상용 엔진의 완성도가 워낙 높아 자체 엔진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유저에게 얼마나 재미를 줄 수 있느냐"에 있는 셈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니티나 언리얼은 이미 업계의 표준처럼 자리 잡았다”며 “개발자들도 커리어를 고려해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떤 게임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고 싶은가에 따라 엔진 선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