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관건 ‘3%룰’ 적용 시 장씨 일가 의결권 지분 ‘50%대→20%대’
영풍 거버넌스 개선 요구 높아져 … 소액주주연대 적극 지지
머스트자산운용 "주주가치 개선 위해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 필요"
영풍의 거버넌스 개선을 지적하며 집중투표제 도입,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영풍의 주주인 영풍정밀은 오는 3월 열리는 영풍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의 분리 선출 안건도 제시했다.
영풍 경영진의 사업적 통제 능력 상실과 감시 기관의 독립성 훼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모든 주주의 이익을 제고할 수 있도록 소수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자가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다.
행동주의펀드인 머스트자산운용은 10년간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으면서 이를 실행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는 영풍을 비판하며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혹은 무상증자)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머스트자산운용은 “영풍은 기업 거버넌스와 지배구조, 주주가치 개선에 대해 자본시장으로부터 여러 지적을 받아왔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주권익 보호 전문가 등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주주제안으로 추천했다. 자산총액 2조원이 넘는 상장사에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을 들어 여성인 지현영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 중 하나로 추천했다.
소액주주연대도 지난해 말부터 영풍의 거버넌스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운용사 컨두잇은 영풍 소수주주를 대표해 강성두 사장에게 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당시 컨두잇은 영풍 주가가 부진한 원인으로 △지속적인 환경·안전 사고 △주력사업 성과 부진 △주요 자산 처분의 불투명성 △주주환원 미흡 등을 지적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원칙 확립과 구체적 실현 계획 수립 등의 해법 실천을 제안했다.
여러 주주 제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뜨는 것은 집중투표제 안건 통과 여부다. 우선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려면 현재 영풍 정관에 규정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정관 변경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인 만큼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상법 제542조의7 집중투표에 관한 특례 조항에 따라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초과분에 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따라서 영풍의 전체 발행주식 184만2,040주 가운데 3% 초과분, 자기주식 등 의결권이 제한되는 주식 등을 제외하면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약 80만주로 추산된다는 것이 금융업계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에서는 영풍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소유 지분율 3%까지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3%룰’을 적용하면 지배주주 장씨 가문과 그 계열사 지분율이 52.6%에서 20% 후반 수준까지 떨어진다. 장형진 고문의 장남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부회장(16.89%)과 차남인 장세환 영풍이앤이 부회장(11.83%), 계열사인 영풍개발(15.53%), 씨케이(6.45%) 등의 지분율 3%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소액주주연대, 국내외 자산운용사 등에서 잇따라 영풍의 거버넌스 개선을 촉구하며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만큼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 요건의 의결권이 모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처럼 상당수의 일반주주들이 영풍의 거버넌스 개선과 환경, 안전 사고, 나아가 사업부진을 질타하고 있는만큼 집중투표제에 적극 동조하면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막으려는 영풍 측과 치열한 표싸움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