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연거주와 복수주소제

2025-03-09

올해는 꼭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지역에서 한달 살아보기’다. 관심을 갖고 있어 그런지 지자체들의 한달 살기 지원사업 홍보 문구가 부쩍 눈에 들어오고 있다. 2021년 행정안전부 정책연구인 ‘지방소멸 대응 대책 수립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의 결과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안’이었다. 심각한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지자체들이 계속 감소하는 주민등록인구만으로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대안으로 ‘생활인구’를 제안했다.

통계청과 행안부가 분기별로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수를 산정해 발표하고, 인구가 감소하는 지자체들은 생활인구 증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 시책을 내놓고 있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지원 시책으로는 워케이션(workation), 한달 살기, 순환 거주 촉진, 세컨드 홈 활성화 등이 있다.

사회 현상은 제도화되고 제도는 또 사회 현상을 강화한다. 생활인구가 제도화되자 최근에는 복수주소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복수주소제는 개인에게 주민등록지의 주소 외에 주소를 하나 더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법률적 근거를 갖거나 관행을 따르는 프랑스·영국· 독일 등 해외 국가들은 복수주소제를 채택하고 있다.

복수주소제의 도입은 민법과 주민등록법에 의해 사법적·공법적으로 지켜온 주소에 대한 인식 전환을 요구한다. 우리나라는 민법 제18조에 따라 주소란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을 의미하며, 주소의 개수에 관해 ‘주소는 동시에 두곳 이상 있을 수 있다’는 주소 복수주의를 사법적 측면에서 택하고 있다. 반면에 주민등록법 제23조에서 ‘주민등록지’는 다른 법률에 특별규정이 없는 한 공법 관계에서 주소로 취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법적 관계에서 한 사람이 하나의 주소만 법적으로 등록할 수 있는 주소 단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복수주소제의 도입을 서두르는 입장은 제도를 도입하면 인구감소지역에 생활인구가 늘어 지역경제 활력과 지방재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즉 주소지가 두곳으로 늘어나면 사람들은 새로운 거주지를 중심으로 생활·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소비활동이 증가해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진다. 복수로 주민등록한 주소지에 주민세와 지방소득세 등의 일정 비율을 납부토록 하면 지방재정에 기여할 수 있다. 프랑스는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제2주택의 증가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반대 입장은 복수주소제 도입 시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아 일방적인 장밋빛 상상에 불과하고, 전면 도입 때 예기치 못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주민등록지 외에 제2주소지를 등록할 경우에 위장전입을 합법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며 지방재정 기여 역시 납세의 의무를 부과하지 않으면 큰 실익이 없다고 한다. 유럽 국가 사례를 볼 때 제2거주지를 가진 이들이 제2주택을 구매하면서 해당 지역의 주택 재고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토지와 주택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의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생활인구 정책이 복수주소제라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위한 논의의 화살을 당겼다. 복수주소제 도입과 관련한 양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인구감소지역의 소멸 대응과 지역활력 제고를 위해서라면 좀더 실증적인 분석을 토대로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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