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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는 실험실이다.”
2025년, 전주가 올림픽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이제는 ‘어떻게 올림픽을 개최할 것인가’가 아닌, ‘어떤 올림픽을 만들 것인가’가 핵심 과제가 되었다. 전주는 한국의 전통과 자연을 간직한 도시로서, 지속가능한 올림픽을 설계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최근 IOC는 ‘올림픽 아젠다 2020+5’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따라서 전주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중심의 올림픽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탄소중립 경기장, 포용적 스포츠 문화, 투명한 운영 시스템을 갖춘다면, 전주는 전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올림픽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전주는 자연과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도시다. 환경을 헤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경기장은 단순한 스포츠 공간이 아니라, 태양광과 수소 에너지를 활용하는 제로에너지 경기장으로 설계하여 탄소 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한옥의 자연 공기 순환 구조를 반영한 친환경 경기장 디자인을 도입한다면, 전통과 현대기술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건축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선수촌 또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생태도시 조성으로 빗물을 활용한 샤워 시스템, 자전거 발전기,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시스템, 친환경 이동 시스템 등을 도입하여 선수들이 올림픽을 통해 지속가능한 삶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올림픽이 단순한 스포츠 경쟁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하는 축제가 되려면 포용성과 사회적 가치 창출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경쟁을 넘어 포용성과 화합의 가치를 담아야 한다. 전주는 한옥마을과 한국 전통 문화를 간직한 도시이기에, 경기장을 특정 구역에만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하나의 경기장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주 한옥마을에서 이색 e-스포츠 경기를 열거나, 전통 마당에서 길거리 태권도 대회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도시 전체가 스포츠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올림픽을 만들 수 있다. 또한, 난민 선수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을 아우르는 스포츠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전주는 올림픽이 단순한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세계 시민들이 함께하는 ‘포용의 축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올림픽이 성공하려면, 투명하고 책임 있는 운영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많은 올림픽이 예산 낭비 등의 문제에 직면했다. 전주는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올림픽’을 목표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모든 예산 사용 내역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경기장 건설 비용, 후원 자금 흐름, 운영 예산 등을 시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면, 신뢰할 수 있는 올림픽이 될 수 있다. 또한 ‘올림픽 시민위원회’를 운영해 지역 주민과 전문가, 청년들이 직접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면, 올림픽이 특정 기관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시민들의 주도적인 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전주는 한옥마을과 자연, 전통문화를 품은 도시다. 이제는 여기에 ‘미래’라는 키워드를 추가해야 한다. 올림픽을 단순한 스포츠 대회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실험장으로 만들 때, 전주는 세계적인 혁신 모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올림픽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미래 세대들은 2025년 전주에서 올림픽의 개념이 바뀌었다고 기록할 것이다.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는 실험실이다. 전주는 그 실험의 출발점이 될 준비가 되었는가?
지용승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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