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울(서울).”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외침에 환호와 탄성이 교차했다. 1981년 9월30일 독일 남서부 온천 도시 바덴바덴에서 1988년 제24회 여름 올림픽의 서울 개최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개발도상국이자 분단국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경제 대국이자 아시아 맹주라고 자부하던 일본의 나고야(名古屋)에 52대 27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압도적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세계는 이를 ‘바덴바덴의 기적’이라 부른다. 한국은 이로써 세계 14번째, 아시아 두 번째, 개도국 최초의 하계올림픽 개최국이 됐다.
소련, 중국, 몽골을 포함한 역대 최다인 160개국이 참가한 서울올림픽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국제사회에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 사회주의권과 적극 수교하는 북방정책의 기폭제이자 현재 한류 폭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전라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후보지 선정투표에서 서울을 49대 11로 꺾는 대이변을 만들었다. 전북의 국내 유치후보지 선정은 우리 미래와도 연계돼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서울 일극 체제의 현실 아래에서 지방 도시 연대를 통해 지역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화합, 균형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전북은 이제 48년 만에 한국의 하계올림픽 개최라는 도전의 대장정에 나선다. 올림픽은 인류 제전이라고 불리는 국제적 상징성과 경제적 효과 때문에 다른 어느 국제대회보다 개최지 경쟁이 치열하다. 전북은 인도(도시 미정), 인도네시아(누산타라), 카타르(도하), 튀르키예(이스탄불) 등의 10여개 도시와 결전을 벌일 예정이다. 내년 이후 개최지가 결정된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가 이미지가 많이 훼손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체육계, 기업 등이 하나 된 ‘팀 코리아’로 민관의 역량을 결집해 착실히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시도 “IOC 접촉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며 패자의 품격을 보여주니 든든하다. 다시 국운 상승과 국격 회복을 노릴 수 있는 ‘제2의 바덴바덴의 기적’을 만들기 바란다.
김청중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