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급사, 승인자에서 관리자로…하도급 대금 직불 ‘확대’

2025-12-19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정부가 건설 공사 하도급 대금 지급 승인 절차를 삭제하기로 하면서 원도급사의 책임 구조 변화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급 지연과 임금 체불을 줄이겠다는 취지이지만, 자금 흐름의 투명성이 강화되면서 관리가 미흡할 경우 원도급사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자대금지급시스템 기능 개선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년 1월 28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발주자가 지급한 공사 대금이 원도급사의 하도급 대금 지급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하수급인과 자재·장비업자,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도급 대금 지급 지연으로 누적돼 온 중소·하도급 업체의 경영 부담과 건설 근로자 임금 체불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기존 승인 절차가 현장 여건에 따라 불필요한 행정 단계로 작용하며, 일부 공사에서는 오히려 대금 지급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돼 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승인 절차를 삭제하고 전자 시스템을 통해 자금 흐름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단순화했다. 발주 단계부터 최종 수령자까지 자금 이동 경로를 보다 명확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이번 제도 개편을 두고 원도급사의 부담이 줄어들기보다는, 책임의 성격이 달라지는 방향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형식적인 승인 권한은 사라지지만, 자금 흐름이 투명해지는 만큼 공정 관리와 계약 이행 여부에 대한 책임은 오히려 더 직접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승인 중심의 사후 관리 구조에서 벗어나, 공정과 계약을 사전에 관리하는 역할이 원도급사에 보다 명확히 요구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지급 지연이나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승인 과정과 서류 검토가 일정 부분 책임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개편 이후에는 공정 관리의 적정성과 계약 이행 여부가 분쟁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대금 지급에 직접 관여하지 않더라도, 하수급인의 공정 이행이 원활하지 않거나 계약 관리가 미흡할 경우 원도급사가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이번 변화가 원도급사의 역할을 ‘지급 승인자’에서 ‘관리 책임자’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본다. 발주자에서 근로자와 자재·장비업자까지 자금이 직결되는 구조가 정착될수록, 원도급사의 관리 수준이 곧바로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이 대형 건설사의 경우 이미 공정·자금 관리 시스템을 갖춘 곳이 많아 제도 변화에 따른 실무 부담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자금 흐름이 외부에 보다 투명하게 드러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평판 리스크와 법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한층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반면 중견·중소 건설사는 승인 절차 축소에 따른 행정 부담 완화 효과와 함께, 현장 관리 역량에 따라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도급 관리 체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경우 공정 지연이나 분쟁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금 지급 절차가 단순해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공정 관리나 계약 관리가 미흡할 경우 책임이 더 직접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특히 중소 건설사의 경우 관리 역량에 따라 제도 체감도가 크게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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