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3일 ‘한국수어의 날’…마음까지 보이는 ‘손말’의 모든 것

2025-02-02

손등이 왼쪽으로 향하게 세운 왼주먹 위에 오른손바닥을 대고 오른손만 오른쪽으로 돌린다. 이는 한국 수어로 ‘사랑’을 나타낸다. 매년 2월3일은 ‘한국 수어의 날’이다. 이날은 청각장애인의 언어권을 보장하고, 수어에 관심을 부르기 위해 2021년 제정됐다. 한국 수어의 날을 맞아 ‘보이는 언어’라고도 불리는 수어에 대해 알아봤다.

◆시각적 방법으로 의사소통…존댓말 없어=수어는 ‘수화 언어’를 줄인 말로 손짓이나 몸짓, 표정 등 시각적인 방법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의사소통이다. 그중에서도 한국 수어는 대한민국 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언어다. 한국어, 일본어, 영어가 다르듯 수어 역시 나라마다 다르다. 또 한국에 살아도 청각장애인에게 한국어는 외국어와 다름 없다. 한국 수어와 한국어는 다른 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 수어엔 ‘님’ 표현은 존재하지만 반말과 존댓말 구분이 없다.

한국 수어는 KSL(Korean Sign Language)라고 불린다. 2016년 ‘한국수어법’이 제정되면서 한국 수어도 한국어와 동등한 국가 공용어로 인정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수어 교육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됐는데, 그때는 일본 수어를 배울 수밖에 없었다. 1935년에 처음으로 학생들이 한국 수어를 배우고, 1963년 최초의 한국 수화 교본이 만들어졌다. 공중파에서 수화 통역을 한 것은 1979년 KBS에서다. 이후 2005년 국립국어원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한국 수어 사전을 편찬했다.

한국 수어 사전은 온라인에서도 검색할 수 있다. 마치 한국어 사전이 있는 것처럼 수어 역시 인간, 삶, 식생활, 의생활, 사회생활, 경제생활, 법률, 의학, 종교 등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수어는 동작이나 표정이 필요해 영상으로 단어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가령 ‘안녕하세요’는 오른손으로 왼팔을 쓸어내리듯 화살표 방향으로 움직인 후 양손을 주먹 쥐면서 아래로 내린다. ‘만나서 반갑습니다’는 양손을 나란히 세워 마주보게 한 후 양손을 약간 구부려 엇갈리게 위 아래로 두번 움직인다.

◆드라마에도 등장…배우는 방법은=요즘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서비스나 수어 방송 등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수어를 사용하는 등장인물이 나오며 수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22년 드라마인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청각장애인 ‘별이’가 나와 장애가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잘 표현했다고 호평받았다. 별이를 연기한 이소별 배우는 실제로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는 배우 채수빈이 극 중 수어 통역사로 나온다. 이 역할로 MBC연기대상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은 채수빈은 수어로 수상 소감을 전해 화제가 됐다.

수어를 배우는 방법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똑같다. 수어교육원이나 사회복지관, 평생교육원 등에서 강좌를 들으면 된다. 언어를 잘하는 기간이 천차만별이듯 수어도 노력하는 만큼 늘 수 있다. 요즘은 수어만 알려주는 온라인 유료 강좌도 많다. 전문적인 수준을 갖추면 수어 강사나 통역사에도 도전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수어교원 국가자격증 제도를, 한국농아인협회에선 수화 통역사 민간 자격증 시험을 운영한다. 현재 한국 수어 통역사는 약 2000명 정도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수어 확대를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강원도는 올해 2억여 원을 들여 연구원 지원, 수어 방송 제작 방영, 수어 통역사 양성 사업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남 해남군 수어통역센터는 초급반을 저렴한 비용에 개설해 수어 실용회화를 알려준다. 청각·언어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해남읍 오일 장날에 맞춰 무료 강좌도 운영한다.

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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