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개인차 맞춤형 학습 도움
양질의 교육서비스 제공 넘어
재능·소질 가이드로 활용 가능
AI교과서 도입시기 놓쳐선 안돼
최근 “개천에서 용(龍)이 나던 시절은 끝났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어려운 환경에서는 훌륭한 사람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과연 개천에서 용(龍)이 나올 희망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공교육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취지에서 정부는 오는 3월 도입을 목표로 AI 디지털교과서를 추진해왔다.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고, 지역이나 빈부 격차 없이 보편적으로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에서, 학생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맞춤형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된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사교육 의존성을 줄이면서 학생이 편하고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고, 아울러 선생님의 수업 진행과 학생 지도를 더욱 편리하게 한다. 이렇게 공교육에서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개천에서 다시 용(龍)이 나올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26일, 시범 도입을 예정하고 있는 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이 개정안은 당초 디지털 과몰입 등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하나, 실제 개정안에는 AI와 같은 지능정보기술을 원천적으로 교과서에서 사용할 수 없게 규정해 놓았다. 이에 최상목 권한대행은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를 학생들이 사용해볼 기회와 권리를 박탈한다는 이유로 지난 1월21일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다시 공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여전히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IT) 강국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께서 IT 강국의 초석을 마련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AI 국가역량에서 세계 6위이고, 2027년까지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할 정도로 대단한 나라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여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고, 이 분야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중요하다.
필자가 교육자로 살아오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학생들이 저마다 타고난 재능과 소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같은 전공을 하는 대학생들도 각기 다른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초·중등 교육 기간 동안 학생 각자의 적성과 소질을 알 수 있다면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고, 결국 경쟁력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소질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학생들의 소질을 찾는 데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움되리라 생각한다.
학생들의 학습 활동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AI 기술로 분석하여 개인의 장단점을 찾아 줄 수 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AI 디지털교과서로 맞춤형 학습을 한 학생은 교사와의 소통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고, 감성과 인성을 배울 수 있다.
한편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디지털 과몰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학생들이 받은 디지털 기기를 게임이나, 유튜브 등의 시청에 이용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I 디지털교과서는 디지털 기기와 관계없이, 클라우드 기반의 1인 1계정 부여를 통해 활용된다. 즉, 학생 누구나 학교에서 지급되거나 본인 소유의 기기로 부여된 AI 디지털교과서 계정에 접속하여 이용할 수 있다. 디지털 과몰입은 비단 AI 디지털교과서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기기를 얼마나 현명하게 잘 쓰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생성형 AI 물결은 거스를 수 없고, 그 물결이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이제 AI 디지털교과서도 그 물결과 함께해야 한다. 막연한 두려움도 있지만,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 가면 된다. 우리 미래 세대의 경쟁력을 높이고, ‘개천에서 다시 용(龍)이 날 수 있다’는 희망을 되살려야 한다. 우리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은 정부와 국회가 다를 수 없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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