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5일, 나는 30년간의 서울시 지방직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고 명예퇴직했다. 당시 나이 57세,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갈 자신감에 넘쳤다.
공직 30년 동안 청백봉사상(2007년), 근정포장(2020년), 올해의 닮고 싶은 인물상(2014년) 등 다수의 상을 받을 정도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3년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 세계 사막·오지 마라톤에서도 나의 입지가 탄탄했다. 사막·오지에서 시각장애인 참가자의 가이드 러너로 봉사한 경력은 내게 ‘불굴의 의지와 강철 체력, 투철한 희생정신’이란 이미지를 입혀줬다.
인생 2막엔 공무원 업무보다 멋진 일로 가득하리라 기대했다. 이미 좋은 곳에서 마음에 쏙 드는 제안도 받았고, 상호 간 확답도 오간 상태였다.
그런데 하필 그때 코로나19가 창궐했다. 대구에서 무더기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등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전 세계가 셧다운됐다. 인생 2막을 함께 하자던 이는 “미안하게 됐다”고 했다. 일이 어그러졌지만 그를 탓할 상황도 아니었다.
망망대해에 표류한 돛단배 한 척, 그게 딱 내 신세였다. ‘모범공무원 김경수’에서 일순간 재취업 시장의 골칫거리라는 ‘고학력·사무직 은퇴자’가 돼버렸다. 두 아들은 아직 대학생과 고등학생이었고,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 병간호도 내 몫이었다.

퇴직 5년 차, 62세가 된 나는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일반 사무직 은퇴자가 가장 선망한다는 ‘글쓰며 강연하는 삶’을 사는 지식 자영업자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대체 얼마를 버냐고? 성공 비결이 뭐냐고? 은퇴 선배로서, 이제 여러분의 가이드 러너가 돼 그간 내 경험담을 속속들이 알려드리겠다.
고학력·사무직 은퇴자…재취업 시장서 찬밥
지난해 1차 베이비부머(1955~63) 세대가 모두 정년을 넘어섰습니다. 이들이 은퇴 이후 겪는 일은 2차 베이비부머(1964~74)는 물론 3040에게도 교훈이 되겠지요. 주목할 점은 갈수록 ‘고학력·사무직’ 은퇴자 비중이 높아지는데, 이들의 재취업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2023년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사무·서비스판매직 은퇴자는 재취업 시 69.5%가 다른 직종으로 이동했습니다. 고학력·사무직 은퇴자들이 재취업 시장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사무직 은퇴자로 경력을 살려 더 높은 수익을 거두는 데 성공한 이가 있습니다. 경력도 살리고 투자금도 없이 인생 2막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그의 ‘신의 한 수’는 대체 뭘까요.
은퇴Who 7회 〈목차〉
📌 모범 공무원, 유튜버로 변신하다
📌 알고리즘 축복에 유튜브 떡상, 강연 의뢰 이어져
📌 사막 마라톤 경험, 은퇴 후 파고 넘는 길잡이
📌 친구와 등산길에 ‘한잔 살게’ 할 수 있길
※ 〈은퇴Who〉 다른 이야기를 보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① 밥 훔쳐먹다 퇴학당한 소년, 23개국 도는 황금노년 비결
② 월 80만원에 해외 한 달 산다… 은퇴자들의 여행·골프 성지
③ “숨만 쉬어도 지출 200만원” 58년 개띠, 공포의 경조사비
④ 공고 나온 ‘입주 청소 아줌마’ 이 자격증, 의대 아들 키웠다
⑤ 매일 6시간 입술 부르튼다… 은퇴 교장 살린 ‘19년 짝사랑’
⑦ “성공적 은퇴? 동창 만나지 마” 20년 차 혼자놀기 달인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