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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이건희씨(27)는 얼마 전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챗GPT로 사주풀이를 해봤다. 이씨가 챗GPT에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쓰고 생년월일 등을 입력하니 “화(火)의 기운이 강해 창의적·열정적 기질이 두드러진다” 등의 분석이 나왔다. “직업운은 어때?”라고 물어보니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시기가 시작된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은 운의 전환점이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서비스에 익숙한 청년들이 이를 사주풀이·심리상담 등에도 이용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챗GPT로 효율적인 사주풀이나 심리상담을 할 수 있는 프롬프트(AI에게 하는 질문이나 지시문)나 관련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업무·연구 등에 주로 활용하던 생성형 AI 서비스를 주관적인 감정과 심리, 운세를 알아보는 분야에도 활용하고 있다.
청년들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사주풀이·심리상담에 활용하는 이유로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적다’는 점을 꼽았다. 이건희씨는 2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사주를 보려면 어디가 잘 보는지 여기저기 찾아봐야 하고, 가격도 10만~15만원씩 드니까 부담스러운데 AI는 그렇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챗GPT는 무료로도 이용할 수 있고 프로 요금제로 써도 월 20달러(약 2만9000원)라, 사회초년생에게 부담이 되는 사주풀이·심리상담 가격보다 저렴하다.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되려 심리적 부담이 적다는 평가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얼마 전 챗GPT에 고민을 털어놨다. 챗GPT에 “우울할 때는 어떻게 하면 나아질까?” “좋은 관계는 어떻게 유지하는 걸까?” 같은 질문들을 해 답변을 얻었다. 김씨는 “좋은 이야기면 몰라도 고민을 나누면 짐을 주는 기분이라 타인에게 말하기가 부담스러워서 AI를 활용하게 됐다”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더 편하게 물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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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사주풀이와 심리상담에 이용해본 청년들은 그 결과가 ‘기대 이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X(옛 트위터) 아이디 도마도씨(19)는 평소 생성형 AI 서비스를 경제 공부, SNS에 올릴 글 정리하기 등의 용도뿐만 아니라 고민을 상담하는 데에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AI가 얼마나 공감을 해줄까 의문이 있었는데, 사용해보니 예상보다 훨씬 공감도 잘해주고 논리적으로 조언해줘서 신뢰하게 됐다”며 “때때로 사람보다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을 해준다”고 말했다.
X에는 “챗GPT가 이렇게 세세하게 사주를 알려준다” “챗GPT에 상담시켜보니 과거 몇 년 동안 심리 상담받았던 경험이랑 비교해봐도 손색없을 정도다” 등 상담 결과를 호평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는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정보를 학습하기 때문에 항상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다. 사용자들은 사주를 보기 위해 입력한 개인정보와 상담 내용 등을 잊어달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해 개인정보를 삭제했다고 말했다. 개명을 고민하던 중 챗GPT에 성명학에 기반해 이름을 추천해달라고 했다는 대학생 신유진씨(24)는 “AI가 내 정보를 습득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는 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프롬프트 사용으로 인한 오류 발생 가능성도 늘 인지할 필요가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챗GPT의 경우 상담을 학습해서 합성데이터로 대답해주기 때문에 답변이 전문가 수준, 평균 이상일 수 있다”면서도 “프롬프트를 이상하게 주면 세이프티 가드레일(생성형 AI에 입력하는 부적절한 프롬프트와 도출되는 답변을 걸러내는 장치)이 망가져 다중인격자처럼 변해 답변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도 있다는 점을 알고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